(출처: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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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 기술 분야인 VR(Virtual Reality)은 엔터테인먼트와 교육뿐만 아니라 의료 분야에서도 폭넓은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 

기존 연구를 통해 하반신 마비 환자의 재활 훈련이나 공포증 환자의 심리 치료 등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망상 및 환청과 같은 정식적 질환의 치료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 VR을 활용한 심리치료의 역사 

VR 기술 활용이 가장 활발한 정신과 영역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치료다. PTSD는 교통사고·전쟁·신체 폭력·성폭력 같은 극심한 스트레스(정신적 외상)를 경험하고 난 후 나타나는 심리적 반응을 의미한다. 악몽 및 플래시백, 우울증, 분노 장애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VR은 이미 약 20년 전부터 PTSD에 시달리는 군인들의 치료에 활용되어 왔다. 1997년 조지아 공대 연구진은 퇴역 군인을 대상으로 베트남 전쟁을 재현한 VR 치료 프로그램 ‘버추얼 베트남(Virtual Vietnam)’을 실시했다. 그 결과 재향군인 PTSD 환자 10명 전원의 증상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 

아래 이미지의 왼쪽이 버추얼 베트남 프로그램의 VR 화면, 오른쪽은 이를 활용해 VR 치료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출처: 조지아 공대 연구진, 1997년)
(출처: 조지아 공대 연구진, 1997년)

또 9·11 테러 생존자를 대상으로 VR 치료를 실시한 결과 우울증 증상은 83%, PTSD 증상의 90%가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신 사례로는 VR을 활용해 이라크 전쟁 후 PTSD를 앓는 2000명의 군인을 치료했다는 보고가 있다. 
 
VR 치료법은 노출치료(Exposure therapy)의 형태를 취한다. 이는 공포심을 느끼는 대상과 환자를 마주하게 하는 행동 요법 가운데 하나로, PTSD·불안장애·특정 공포증 치료 등에 이용된다. 

(출처:pixabay.com)

고소공포증 환자가 VR 노출치료를 받는다면 안전한 실내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가 가능하며, 가령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등의 현실세계라면 불가능한 체험도 할 수 있다. 옥스포드대 임상심리학과의 다니엘 프리먼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실험에서는 VR 고소공포증 치료에 참여한 49명 전원이 자가진단 설문에서 평균 68% 정도 증상이 개선됐다고 응답했다. 

선마음 의원 조유철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우울증 환자는 트라우마가 된 경험과 접촉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증상이 오랜 시간 지속될 우려가 있다. VR이라면 전쟁처럼 재현이 어려운 상황까지 경험할 수 있어 환자가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 VR 치료, 앞으로의 전망은? 

현재는 VR 헤드셋을 통한 시각 및 청각 가상 체험이 대부분이지만, 향후에는 후각과 촉각을 재현하는 VR 기술도 등장할 전망이어서 보다 효과적인 노출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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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VR 기술은 치료뿐 아니라 검사나 진단에서도 효과를 발휘한다. 모든 환자에게 같은 체험을 제공하고 객관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어 ADHD와 자폐증 등 발달장애 및 정신분열증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캠브리지대와 런던대 연구팀은 VR를 활용해 알츠하이머 진단에서 기존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가 기억 장애뿐만 아니라 시공간인지 장애도 동반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기존 필기시험이 79%의 정확도를 보인데 반해, VR로 재현한 3D 공간 이동테스트에서는 93%의 정확도로 초기 단계 알츠하이머 환자 특정에 성공했다. 

(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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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VR과 인공지능(AI)의 결합도 기대를 모은다. AI가 정신질환을 분석해 VR 단말 혹은 스마트폰 앱으로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면 비용 절감과 더불어 치료에 대한 환자 부담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성장 분야로 주목받는 VR이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증가 및 전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적인 디지털 의료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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