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으로 수출된 Made in Korea 쓰레기
중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 중단 후폭풍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재활용된다고 믿었던 플라스틱 쓰레기가 대한민국의 이름을 앞세워 필리핀 항구에 내려지는 순간, 필리핀 국민들은 얼마나 아찔했을까요? 플라스틱 쓰레기는 이렇게 누군가의 삶의 터전에서 땅과 물, 공기를 오염시키는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둔갑합니다.” (이성훈 환경운동가)

지난 2월 한국에서 출발한 거대한 컨테이너 선박의 내용물을 살펴본 필리핀 현지인들은 그 내용물에 경악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새해 벽두부터 필리핀 항만에 도착한 다수의 컨테이너 내부에는 플라스틱 쓰레기 1400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처리하기 힘든 환경오염의 주범인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를 컨테이너에 실어 바다 건너 필리핀으로 수출(?)한 것이다. 필리핀 환경부처와 시민단체들은 한국의 비양심적 행태에 혀를 내두르며 서둘러 쓰레기 선박을 한국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 충격적인 헤프닝은 현지 외신을 통해 빠르게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악취 가득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필리핀에 선적한 우리나라는 말 그대로 망신살이 제대로 뻗친 것이다.

지난 2018년 때아닌 재활용(플라스틱) 쓰레기 분리수거가 중단되면서 우리나라 곳곳은 아우성이 빗발쳤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를 놓고 국민들의 원성은 높아졌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정부와 지자체는 발만 동동거리며 쏟아지는 민원에 시달려야 했다.

이전까지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입했던 중국이 갑작스레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 중단’을 선언하고 나서면서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이 높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가 쓰레기 처리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았다.

환경연합 이기석 활동가는 “그동안 전 세계에서 폐기물 쓰레기(플라스틱)를 수입했던 중국이 태도를 바꿔 수입 중단을 선언한 이후 매일 쏟아져나오는 쓰레기 처리를 위해 필리핀을 비롯한 말레이사,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몰래 유입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우리나라 역시 일본과 미국 등과 함께 쓰레기 유입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필리핀을 대상으로 불법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출했던 우리나라는 필리핀 현지는 물론 동남아시아 국가들로부터 환경오염의 최대 주적인 플라스틱 쓰레기 무단 투기 국가로 전락했다는 오명을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필리핀 항구로 몰래 유입된 한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현장을 직접 탐사한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현지 세관에 적발된 한국발 쓰레기는 플라스틱 외에도 재활용이 불가능한 유해 물질로 가득했다고 전한 바 있다.

그렇다면 필리핀을 비롯해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불법적으로 수출되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쓰레기는 폐기물 처리시설에서 소각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 인체에 엄청난 피해를 미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그린피스 한국
이미지 출처=그린피스 한국

더욱이 플라스틱과 함께 섞여 있는 각종 유해 물질을 태울 경우 호흡기를 통해 폐 질환은 물론 암 발병의 강력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 호흡기 내과 전문의는 “플라스틱은 폴리프로필렌(PP) 제품과 폴리카보네이트(PC) 제품으로 나뉘는데 폴리프로필렌 제품은 탄소와 수소로 결합된 반투명 재질이며 폴리카보네이트는 화학물질인 비스페놀A를 원료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히 폴리카보네이트와 같은 PC 소재의 경우 열을 가하면 인체의 내분비계에 이상을 일으키는 물질인 비스페놀A에 따른 심각한 호흡기 질환과 폐 질환, 그리고 심각한 암을 발생할 수 있다.”고 소견을 전했다.

플라스틱 1인당 사용량 연간 42kg 일상처럼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인간의 건강은 물론 환경오염의 최대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이진영 화학공학과 교수는 “플라스틱은 엄밀히 따지면 인류가 발명한 화학물질 가운데 가장 큰 걸작이지만 포장을 뜯는 순간부터 쓰레기로 전락하면서 인류와 지구의 환경을 위협하는 가장 큰 재앙으로 돌변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실제로 플라스틱은 성분 자체의 분해 주기가 반영구적인 만큼 미생물들에게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성분으로 바탕으로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 때문에 하루에도 수 만 톤씩 쏟아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사람의 발길이 없는 곳이나 바다에 버리기 일쑤다.

문제는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이 썩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토양의 자양분에 악영향을 미쳐 토지를 오염시킨다. 게다가 바다에 방출할 경우 적조현상과 같은 생태계 파괴를 유발하게 된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 수출량이 6만 7441톤 가운데 80%에 달하는 5만 3461톤을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에 수출했지만 현지 환경단체의 반대에 봉착하면서 일부가 다시 되돌아왔다.

문제는 이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출할 수 없기때문에 부득이 국내에서 소각처리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마지막에 어떻게 처리되는지 그동안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결과가 악몽으로 재연되는 순간이다.

클린 지구를 지키는 사람들의 모임 최윤호 간사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전 세계에서 83억 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면서 “이 중 63억 톤이 소각되거나 몰래 버려지면서 지구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최 간사는 또 “이런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결국 인간이며 한번 쓰고 아무생각 없이 버리는 일회용 문화가 빚어낸 악재”라면서 “인간에 의해 사용되고 인간에 의해 버려진 유해물질 덩어리 프라스틱 쓰레기는 결국 인간과 지구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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