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최율리아나 기자] 2019년 5월 온실가스의 하나로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415ppm을 돌파하며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구상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과거 수백만 년 가운데 가장 높다는 의미다.

(출처: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
(출처: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

이런 가운데 세계최대 석유화학기업인 미국 ‘엑손모빌(ExxonMobil)’이 40년 전부터 화석연료로 인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위기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정확한 예측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엑손모빌은 이를 기업 이익을 위해 숨겼을 뿐 아니라 여론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돌리기 위한 캠페인까지 실시했다.  

환경분야 탐사보도 온라인 매체인 '인사이드클라이미트뉴스(ICN, InsideClimate News)'가 입수한 회사 내부 문서에 따르면 당시 엑손은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과 기후 변화에 대한 상당한 전문지식이 있었고 2020년이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420ppm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사이드클라이미트뉴스가 입수한 엑손모빌 내부 문서

1970년대부터 엑손은 지구온난화 연구를 위해 최고의 전문가들을 고용, 이산화탄소 샘플링 및 상세한 기후 모델 구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엑손은 해양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조사하기 위해 거액을 지출하는 등 기후 변화와 관련된 전례 없는 과학적 연구를 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1978년에는 화석연료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로 인한 기후 변화가 해수면 상승을 비롯해 농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 내용이 엑손 임원들에게 보고됐다.

보고서 작성자인 제임스 블랙은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을 막기 위해 "향후 10년 이내에 반드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엑손은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은 채 지구온난화 관련 연구를 이어갔다.

엑손모빌나이지리아본사
엑손모빌 나이지리아본사

한편, 1988년 나사(NASA) 과학자 제임스 핸슨(James Hansen)은 지구온난화 대책을 촉구하게 되고, 엑손은 이에 맞서 지구온난화 현상에 과학적 의문을 제기하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아울러 온실가스 감축 움직임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로비단체 GCC(Global Climate Coalition) 설립을 지원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정크 과학(junk science)'이라고 비난하는 것이 석유산업이 가장 선호한 전략이었음. (출처:NewEnergyNews.2005)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를 '정크 과학(junk science)'이라며 비난한 석유업계 (출처:NewEnergyNews.2005)

GCC는 회원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한 공격적인 대중홍보 캠페인을 전개하는 데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다. 결과적으로 엑손의 노력은 미국, 중국, 인도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는 데 영향을 미쳐 국제적 노력을 둔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출처:그린피스)
(출처:그린피스)

엑손은 이미 1978년 시점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정하는 싱크탱크에 거액의 자금을 제공, 온난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공작을 펼친 것이다.   

기후학자 마이클 만(Michael Mann)은 “기업과 대중이 지구온난화 대책을 뒤로 미루면서 발생한 엄청난 비용(cost)에 대해 이제는 제대로 마주해야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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