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지 네티즌 “우리도 안 먹는 음식 왜 한국에 강요하나?”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이미 WTO에서 한국 수출 금지 판결이 나온 후쿠시마산 수산물 문제가 다시 제기되는 것 자체가 답답합니다. 무엇보다 일본 교수의 입을 통해 우리 국민들의 걱정이 아닌 일본 정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오해의 소지를 제공한 한국원자력학회의 발상이 심히 의문스럽습니다.” (환경운동연합 안재훈 국장)

지난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원자력학회 주최한 ‘극초 저선량 방사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한일 양국에서 방사선에 대한 공포심이 지나치면서 양국의 수산물 교역에 제동이 걸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주최 참석자 일부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방사능의 전파 가능성을 사고 초기부터 제대로 통제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왜곡된 정보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한일 양국 사이에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또 다른 주장도 나왔다.

실제로 이날 발제자로 나선 서울대 의대 강건욱 교수는 “수치로 따지면 일본산 수산물을 수입하는 게 문제가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특정 지역이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방사능) 수치가 높을 때 방어해야 한다.”고 답했다.

강 교수의 이 같은 답변은 그동안 우리 정부가 시행하는 일본 후쿠시마 8개 현의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에 대한 반론으로 해석되고 있다.

강 교수는 “한국의 일부 환경단체가 기준치 이하도 통관돼 섭취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민의 일본산 수산물 기피 현상을 촉매하는 오해를 확산시켰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의 이 같은 발언에 시민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 그린피스 관계자는 “일본 내에서도 후쿠시마산 수산물은 회피 대상인데 우리나라 학회가 이 같은 문제를 집대성해서 접근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목적이 의심된다.”고 반발했다.

환경운동연합 안재훈 국장은 “이번 학회가 주최한 기자회견의 골자는 후쿠시마 수산물 안전성을 국내에서 연구한 것도 아니고 후쿠시마산 수산물인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일본 교수 역시 일본 자체에서도 논란이 많았던 인물인 만큼 우리나라 입장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초청이었다.”고 강조했다.

후쿠시마 등 8개 현 수산물의 수입금지 조치에 대해 WTO도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쿠시마 농수산물은 안전하고 방사능 수치도 떨어졌다.”고 말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지핀 ‘하야노 류고(早野龍五·67)는 일본 도쿄대 물리학과 명예교수이며 그동안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해를 연구해 온 학자다.

하야노 류고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은 후쿠시마 수산물인 안전하다는 주장을 하기보다 한국에서 부정확한 자료를 근거로 원전의 위험성을 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무책임하다고 생각할 뿐”이라며 후쿠시마 수산물 금지 조치에 나선 우리나라 정부를 질타했다.

가뜩이나 갈등 국면을 이어오고 있는 한일 관계에서 이날 열린 한국원자력학회 주최 기자간담회에서 불거진 ’후쿠시마 수산물은 안전하다.‘는 일본 교수의 발언으로 시민단체와 여론은 들끓었다.

환경연합운동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WTO가 인정한 후쿠시마 수산물 문제에 찬물을 끼얹은 학회를 겨냥해 일본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중재자로 전락했다며 강력하게 비판하고 났다.

일본 교수가 자국의 수산물 등에 대한 안전성을 피력할 수 있도록 이른바 자리를 마련한 한국원자력학회는 “오해”라며 일축했지만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한국원자력학회가 주최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교수의 발언이 일파만파 논란의 불씨를 키우면서 일본 현지 언론들 역시 관련 내용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WTO가 후쿠시마 수산물 등에 대한 한국 수출 금지 조치를 발표하면서 아베 신조 총리가 격노했다.”“집권당인 자민당 의원들은 ”한국의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에 대한 강력한 대응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도했다.

이미지 출처=야후재팬
이미지 출처=야후재팬

한편 한국원자력학회 참석 일본 교수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는 기사를 접한 일본 네티즌들은 이번 논란을 지켜보며 일본 대표 포털인 야후재팬에 다양한 의견을 남겼다.

아이디 etr*****는 ”하야노 류고 교수 행동에 경의를 표하지만 무리하게 구입을 강요하지 말고 일본인이 맛있게 먹어 주도록 하고 관료나 정치인은 국회 또는 관청 식당 메뉴에 넣어 먼저 시식하라.“고 비꼬았다.

또 다른 네티즌 キキ는 ”새삼스럽다. 안전 위험의 문제가 아닌 일본 농수산물이니까 한국민들이 그냥 싫은 게 아닐까? 우리(일본인)들은 한국 농수산물이 더 위험해 보여 전혀 사먹지 않는다.“고 댓글을 남겼다.

koh*****는 “굳이 먹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무리하게 강요할 필요 없다. 특히 (후쿠시마 수입금지 분쟁) 1심은 일본이 우세했지만 결국 WTO 최종 심의는 한국이 원하는 결과이며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 억지로 먹일 필요가 있겠냐?”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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