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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정태섭 기자] VCAM-1(Vascular Cell Adhesion Molecule-1)은 몸 속을 순환하는 면역 세포와 혈관 벽을 연결하는 세포 접착 분자(adhesion molecules) 역할을 하는 단백질의 일종이다.  

최근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VCAM-1을 차단한 결과 노화한 쥐의 뇌 기능이 젊은 쥐와 동등한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이번 연구 성과는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5월 13일자에 게재됐다. 

네이처 메디신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지금까지 발표된 혈액에 대한 몇 가지 연구 결과, 노인 혈액에 존재하는 '무엇인가'가 뇌의 생리기능과 인지 능력의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과학자들은 그 '무엇인가'를 찾기 위한 실험을 다각도로 진행해왔다. 

이런 가운데 스탠포드 대학 알츠하이머 연구센터의 부학장을 맡고 있는 토니 와이스-코레이(Tony Wyss-Coray) 교수 연구팀은 뇌를 지키는 보호막인 ‘혈액 뇌 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이  뇌로 흐르는 혈액 물질을 선별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코레이 교수는 뇌로 흐르는 혈액이 아닌 순환하고 있는 혈액 속에 뇌 내피 세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 존재한다고 예상했다.

코레이 교수는 혈액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던 중 나이가 들수록 혈액 안에 'VCAM-1'이라는 물질이 증가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늙은 쥐 혈장에는 VCAM-1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는데, 이는 내피 세포의 VCAM-1에서 이탈해 혈액으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또 늙은 쥐의 혈장이 주입된 젊은 쥐의 뇌에서 내피세포의 VCAM-1 양이 증가했기 때문에 혈장내의 성분이 뇌 VCAM1 증가와 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코레이 교수 연구팀은 VCAM-1을 차단하는 기능을 갖춘 단클론(monoclonal) 항체에 쥐의 몸 속을 순환하는 면역 세포와 혈관 벽을 연결하는 세포 접착 분자의 일종인 VCAM-1을 차단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결과 VCAM-1을 차단하는 단클론 항체를 투여한 쥐는 해마 신경세포 생성과 염증 변성 등 병변 복구에 관여하는 미세아교세포(microglia) 활성화가 억제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쥐의 뇌에서 VCAM-1 생성에 관련된 유전자의 결손을 통해서도 미세아교세포 활성화가 억제됐다.

(출처:pxhe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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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피 세포가 아닌 혈액을 순환하는 VCAM-1이 뇌 기능 장애의 원인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려져 있다.  젊은 쥐에게 늙은 쥐의 혈장을 주입할 때 VCAM-1만을 제외하더라도 해마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관찰됐다. 과거 연구에서는 혈액의 VCAM-1 농도 증가가 암, 심장병, 뇌졸중, 알츠하이머 등과 상관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드러났다. 

한편, VCAM-1이 차단된 쥐에 대한 지능검사도 진행했다. 지능 측정을 위해 쥐가 좋아하지 않는 밝은 공간에 쥐를 넣고 탈출구(터널)를 찾아내는 시간을 관측하는 미로 테스트인 '반스메이즈(Barnes maze)'를 비롯해 여러 실험이 이루어졌다.

반스메이즈는 터널 위치를 바꾸지 않은 채 여러 번 실험을 하는 것이 전제가 되기 때문에 쥐가 주변 모습 등으로 터널 위치를 기억할 수 있다. 젊은 쥐는 터널 위치를 기억해 여러 번 실험을 반복하면 바로 터널로 향하지만 늙은 쥐는 젊은 쥐와 동일한 루트로 움직이지 못한다. 

연구팀의 실험 결과, 내피 세포 VCAM-1을 차단한 늙은 쥐는 훈련을 통해 젊은 쥐만큼 빨리 정답인 터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코레이 교수는 "뇌의 VCAM-1을 차단한 쥐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의 능력을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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