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생활할 수 있는 대규모 우주도시 '스페이스 콜로니' 이미지 (출처: 블루오리진)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지난 5월 9일(현지시간) 글로벌 유통공룡 아마존 설립자이자 CEO인 제프 베조스가 자신이 설립한 민간 우주탐사 기업 블루 오리진(Blue Origin)의 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그는 이날 2024년까지 달 착륙을 목표로 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달 착륙선 ‘블루 문(Blue Moon)‘을 공개했다. 아울러 우주 이주 등 장기 프로젝트의 첫걸음으로 블루 문을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9일 발표한 전체 내용은 아래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설명회에서 베조스 CEO는 모교 프린스턴대 물리학 교수이자 물리학자인 제라드 오닐(Gerard O'Neill)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1969년 어느 날 강의를 하던 오닐 교수는 학생들에게 "외계 행성의 표면이 인류가 태양계에 진출하는 가장 좋은 장소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오닐 교수와 학생들은 다양한 계산을 통해 이론적으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화성이나 금성은 지구보다 표면적과 중력이 작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물자 공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물리학자 '제라드 오닐'을 설명하는 제프 베조스 CEO (출처: 유튜브 영상 캡처)

오닐 교수는 1975년 여름 새로운 우주 진출 구상을 발표한다. 우주에서 인류가 생활할 수 있는 대규모 우주 인공도시 ‘스페이스 콜로니’를 태양·달·지구의 중간에 위치한 라그랑주 점(Lagrangian point)에 설계한다는 내용이다. 라그랑주 점은 궤도를 돌고 있는 천체들 사이에서 중력이 균형을 이루어 힘이 0이 되는 지점을 말하는 용어다.

오닐이 생각한 스페이스 콜로니는 지름 3~6km·길이 30km의 거대한 원통형으로 내부에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회전을 통해 인공 중력을 만들어 낸다. 또 이동식 거울로 태양광을 반사해 밤과 낮을 만든다는 아이디어 등이 포함돼 있다.

1970년대 오닐이 제창한 '스페이스 콜로니' 개념도(출처: NASA)
1970년대 오닐이 구상한 '스페이스 콜로니' 개념도(출처: NASA)

불행히도 스페이스 콜로니 건설은 꿈으로 그쳤지만 1979년 처음 방영된 일본 TV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에 등장한 스페이스 콜로니가 바로 오닐의 구상을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프린스턴 대학에서 공부한 베조스 CEO는 오닐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베조스 CEO는 프레젠테이션에서 스페이스 콜로니 내부에 시애틀 및 피렌체를 재현한 이미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설명회 메인으로 발표한 달 착륙 프로젝트가 오닐의 구상과 같은 장기적 우주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제프 베조스가 설명회에서 공개한 스페이스 콜로니 내부 이미지
제프 베조스가 설명회에서 공개한 스페이스 콜로니 내부 이미지 (출처: 블루 오리진)

하지만 40년 전 오닐은 환경 생태계의 복잡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설령 계획대로 스페이스 콜로니가 건설된다 하더라도 내부의 복잡한 환경 생태계를 지구처럼 유지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또 베조스 CEO는 프레젠테이션 도중 오닐과 미국 SF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과거 대담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아시모프는 "오닐의 스페이스 콜로니 계획과 같은 구상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사회자에 질문에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SF 작가는 이른바 행성우월주의자이며 인간은 행성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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