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로 인한 산호 백화 현상(미국령 사모아 주변 태평양 해역)
엘니뇨로 인한 산호 백화 현상(미국령 사모아 주변 태평양 해역)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해수 온난화로 강수량과 기온, 생태계에 큰 변화를 주는 ‘엘니뇨 (El Niño)’는 전 세계 질병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기상이변이다. 

엘니뇨는 한반도 날씨에도 영향을 미친다. 봄철은 대체로 건조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겨울에는 기온 상승과 강수량 증가를 동반한다. 또 여름에는 강력한 태풍의 북상으로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00년간 엘니뇨 데이터를 분석한 세계 최초의 논문이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 5월 6일자에 게재됐다. 이에 따르면  최근 새로운 형태의 엘니뇨현상이 증가하는 한편, 기존 엘니뇨의 기세가 한층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엘니뇨 현상이란?

엘니뇨(El Nino)는 ‘아기 예수’ 혹은 ‘남자 아기’를 의미하는 스페인어다. 엘니뇨는 몇 년에 한 번 봄부터 겨울에 걸쳐 발생하는 현상으로, 전 세계 날씨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 세계 기후과학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열대 태평양 동부는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반면 서부는 낮아 세계적으로 날씨가 크게 변화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강력한 엘니뇨현상이 발생하는 동안 호주와 아시아 일부 지역은 종종 평년보다 강우량이 적고 아메리카 대륙 서부 지역은 반대로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해수 영향으로 폭우와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다. 또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해는 엘니뇨 발생 시기와 일치한다.

엘니뇨현상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중부 태평양(왼)과 동부 태평양(오)에서 발생한 엘니뇨로 인한 지구 기온 이상(출처:NOAA-미국 해양대기청)
엘니뇨현상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출처:NOAA-미국 해양대기청)

한편, 한국 기상청이 정한 엘니뇨 확인 구역은 서경 120~170도 사이, 남위 5도~북위 5도 범위로 해수 온도가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면 첫 달을 엘니뇨 시작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 산호 연구를 통해 밝혀낸 “엘니뇨 패턴의 변화”

세계 기후 변화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기 때문에 데이터가 제한적이고, 현대 기후가 예외적인 것인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멜버른 대학 맨디 프런드(Mandy Freund) 박사 연구팀은 태평양에 서식하는 산호(coral)를 이용해 지난 400년간 엘니뇨현상을 기록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열대 태평양의 산호를 관찰했다. 일상적인 기후 측정 이전부터 수십 년~수세기에 걸쳐 바다를 지켜온 산호는 엘니뇨와 관련된 바다의 변화를 포함해 자라면서 경험하는 수질 변화를 포함한 훌륭한 '기록 보존소'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연구진은 산호를 통해 과거 엘니뇨 발생의 특징적인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근 엘니뇨의 패턴이 크게 변화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새로운 유형의 엘니뇨는 특히 지난 수 십 년 동안 빈번히 발생했으며, 동시에 기존 엘니뇨 현상도 한층 심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전형적인 엘니뇨가 열대 태평양 동부의 해수면 온도를 상승시키는 반면, 새로운 엘니뇨는 중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를 상승시킨다. 새로운 엘니뇨는 기존 엘니뇨보다 강하지 않으며 최근에는 2014~2015년, 2018~2019년 등에 발생했다. 반면 전형적 엘니뇨현상은 과거 400년에 걸쳐 대체로 같은 빈도로 발생했다.

그러나 연구팀의 분석 결과 20세기 말 이후 엘니뇨는 갑작스런 변화를 보인다. 중부 태평양 중심의 새로운 엘니뇨현상이 급격히 증가한 것.

또 동부 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전형적 엘니뇨는 횟수는 감소한 반면 1982~1983년, 1997~1998년, 2015~2016년 사례 모두 이례적으로 강력한 기상 이변을 동반했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는 엘니뇨현상에 보다 폭넓은 이해를 제공할 것이다. 이러한 엘니뇨 발생 패턴의 변화는 호주, 동남아시아, 미국 등에 극단적인 기온과 강수량 변화 등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