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진단 환자의 상당수가 LATE일 가능성도

(출처: pxhere.com)

[데일리포스트=최율리아나 기자] 미국 켄터키대학교 치매 연구진이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유형의 치매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치매를 ‘대뇌 변연계 우위 노인성 TDP-43 뇌병증 (LATE:Limbic-predominant Age-related TDP-43 Encephalopathy)’으로 명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뇌과학 저널 ‘브레인(Brain)’ 최신호(4월 30일자)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LATE는 알츠하이머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80세 이상 노인의 상당수가 LATE라는 다른 유형의 치매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브레인 최신호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브레인'에 게재된 美켄터키대학교 연구팀 논문

일반적으로 'β-아밀로이드(β-amyloid)'라는 단백질 축적이 알츠하이머병의 징후로 알려지고 있다. 연구진은 1990년대 중반부터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을 받았음에도 β-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축적되지 않은 환자가 있는지 사후 부검을 통해 확인했다.

알츠하이머 증상이 있지만 β-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이 없는 환자에 대해 연구자들은 TDP-43라는 단백질이 축적되어 인지 장애가 생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TDP-43의 과도한 축적이 인지 장애에 영향을 미쳤으며, 80세 이상 노인 가운데 20~50%는 인지 장애 수준의 TDP-43을 축적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LATE는 알츠하이머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병세 진행은 알츠하이머만큼 빠르지 않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노인정신의학과 로버트 하워드(Robert Howard) 교수는 이번 논문이 치매와 관련된 최근 5년간 가장 중요한 발견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알츠하이머 진단 환자 가운데 병세의 진행이 빠르지 않은 환자에 대한 그간의 수수께끼가 드디어 풀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노화연구소의 니나 실버버그(Nina Silverberg)는 "지금까지 알츠하이머로 여겨진 모든 환자가 실은 알츠하이머가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알츠하이머 이외의 인지 질환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와 LATE는 진행 속도를 제외하고 증상은 거의 동일한 반면 원인 물질이 달라 알츠하이머에 효과적인 치료법이 LATE에 유효하지 않고, LATE에 효과적인 치료가 알츠하이머에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오랜 연구에도 알츠하이머 진단과 치료법이 확립되지 못한 이유가 LATE 환자와 알츠하이머 환자가 혼재돼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출처: 美켄터키대학교 연구팀 논문)

다만 현재 기술로는 LATE와 알츠하이머 판별에 뇌 조직 조사가 필요해 사후 부검 외에 양자를 판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일부 환자의 경우 LATE와 알츠하이머가 병존하기도 한다. 따라서 LATE 발견이 의료 현장의 큰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살아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LATE와 알츠하이머를 판별하는 바이오마커(bio-marker) 를 찾기 위한 작업을 해 나갈 계획이다. 두 질병을 판별할 수 있다면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치매 치료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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