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일반적이라면 수만 년이 걸릴 정도로 떨어진 우주의 두 지점을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시공간의 이론적 굴곡을 의미하는 '웜홀(Wormhole)'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웜홀은 시간여행과 관련된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소재다. 마블 스튜디오의 히어로 영화에서 인간 세계로 떨어진 천둥의 신 토르가 만난 제인 포스터는 웜홀을 연구하는 과학자이며, 아이언맨은 웜홀로 뛰어들어 지구를 구해내고, 타노스는 거대한 웜홀을 통해 순간이동을 한다.

2014년에 방영된 국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도 외계인인 도민준(김수현)이 천송이(전지현)와 만나기 위해 웜홀을 통해 이동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영화와 드라마 속 단골 소재 '웜홀'
영화와 드라마 속 단골 소재 '웜홀'

웜홀은 정말 ‘순간이동의 통로’일까? 이에 대해 하버드 대학 물리학자인 다니엘 자페리스(Daniel Jafferis)가 지난 4월 13일에 콜로라도에서 개최된 미국 물리학 협회(American Physical Society, APS)의 April Meeting 2019에서 흥미로운 발표를 했다.

미국물리학회 매체 '피직스(Physics)'에 소개된 다니엘 자페리스의 발표내용
미국물리학회 매체 '피직스(Physics)'에 소개된 다니엘 자페리스의 발표내용

자페리스는 "웜홀은 실제로 존재하지만 SF에서 그려지는 은하 간 이동 통로로 사용할 만큼 실용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웜홀 이론은 독일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헤르만 바일(Hermann Weyl 1885~1955)이 1928년 제창한 개념이다. 1957년 미국 물리학자 존 휠러(John A. Wheeler)는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튜브 그림과 함께 이를 '웜홀'로 명명했다.

웜홀의 존재는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지금까지 입증되지 않았지만 1915년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의 ‘화이트홀’이 블랙홀과 웜홀로 연결돼 있다는 설도 존재한다.

하지만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관측된 블랙홀과는 달리 화이트홀의 존재는 증명된 바 없고, 블랙홀의 기조력 때문에 진입하는 모든 물체가 파괴돼 웜홀 여행은 수학적으로만 가능할 뿐이다.

블랙홀과 웜홀이라는 용어를 고안한 존 휠러와 웜홀 이미지
블랙홀과 웜홀이라는 용어를 고안한 존 휠러와 웜홀 이미지

자페리스의 연구 내용은 우주여행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닌 양자역학에 관한 이론이다. 그는 양자 수준에서 연결된 두 개의 블랙홀이 빛을 투과할 수 있는 웜홀로 기능할 가능성을 지적한다. 이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블랙홀을 이용해 빛과 정보를 얻어올 수 있다는 의미다.

자페리스는 "밖에서 보면 웜홀을 통과한다는 것은 블랙홀을 이용한 양자 텔레포테이션(Proton Teleportation)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그가 말한 개념은 어디까지나 빛이 통과하는 웜홀로 "우리가 웜홀을 통과하는 것은 직접 현지에 가는 것보다 시간이 걸려 우주여행에는 유용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자페리스는 "이번 연구의 진정한 의미는 블랙홀의 정보 문제와 중력과 양자역학의 관계에 있다"며 웜홀의 구축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양자중력이론 발전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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