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섬유 시장 30년 독주 일본·미국의 벽을 뛰어넘어라

[데일리포스트=최 율리아나 기자] ”국내 탄소섬유 자체 생산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지난 2012년까지만 하더라도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만큼 태광산업이 최초로 생산체제를 구축한데 이어 효성과 일본계 도레이 첨단소재 등이 원재료 탄소섬유 양산에 나섰습니다.“ (김성원 한국 산업연구원)

이른바 ’슈퍼섬유‘로 각광받고 있는 차세대 첨단 신소재 탄소섬유 자체 생산 역사를 따진다면 국내는 말 그대로 후발주자다. 앞서 김 연구원이 언급했던 것처럼 2012년까지 우리나라는 탄소섬유 생산 제로 국가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탄소섬유를 전적으로 외국에서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전량 수입했다. 그만큼 탄소섬유 양산에 따른 기술력이 아직은 미흡했다는 방증이다.

국내에서 자체 생산이 불가능했던 4차 산업 혁명의 핵심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탄소섬유는 도레이(Toray)를 비롯해 도호 테낙스(Toho-Tenax), 미츠비씨 레이온(Mitsubishi Rayon) 등 일본 기업들이 이미 1970년대부터 상용화를 실현하고 글로벌 시장 점유를 확고히 다져왔다.

레이온 및 탄소섬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일본은 특허를 통해 원사 시장과 탄소섬유 시장을 독점하기 시작했다.

사진설명=항공기, 자동차, 오토바이 등에 활용되는 탄소섬유 프리프레그
사진설명=항공기, 자동차, 오토바이 등에 활용되는 탄소섬유 프리프레그

우리나라 보다 40년을 웃도는 탄소섬유 기술 역사를 가진 일본은 세계 탄소섬유 생산 능력이 전체 시장의 46%에 달했고 뒤를 이어 미국 21%, 독일 9%, 대만 9%로 탄소섬유 시장의 패권을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폴리텍 대학 섬유화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본격 생산라인을 구축하던 2012년 일본 도레이는 독일 다임러, 메르세데스 벤츠 등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기업과 자동차 소재 개발과 공급에 나섰다.“면서 ”이미 축적된 기술 등을 앞세운 일본 기업은 보잉787 등 항공기 복합소재 등 다양한 맞춤형 소재 공급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탄소섬유 시장에 도전장 던진 국내 기업들

미래 시대 신인류를 위한 차세대 첨단소재 ’탄소섬유‘ 시장은 지난 30년간 미국과 일본의 독주 무대였다. 조금 더 엄밀하게 표현한다면 탄소섬유 점유율이 45%로 가장 높은 일본이 주도권을 움켜쥔 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절대 점유율을 차지한 일본과 미국이 탄소섬유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챙겨왔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했다. 그동안 일본과 미국, 일부 국가의 기술력에 의존했던 국내 섬유화학 업계가 하나 둘 탄소섬유 탄섬을 개발하고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나섰다.

사진설명=탄소섬유 생산 국내 기업 현황 / 데일리포스트 재구성
사진설명=탄소섬유 생산 국내 기업 현황 / 데일리포스트 재구성

그동안 견고하고 높았던 일본과 미국의 탄소섬유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며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물론 국내 기업이 이미 오래전부터 높은 장벽의 탄소섬유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였지만 각 산업분야로 탄소섬유 수요가 확대되면서 과감한 진출을 시도하고 나섰다.

「태광산업」 탄소섬유라는 이른바 ’슈퍼섬유‘ 시장에 국내 최초로 출사표를 던진 국내 기업은 태광산업이다. 태광산업은 지난 2012년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국내 현실에서 벗어나 탄소섬유 양산에 들어갔고 원재료에서 탄소섬유에 이르는 생산체제를 구축하며 탄소섬유 시장의 돌파구를 열었다.

물론 태광산업의 뒤를 이어 ▲효성 ▲GS칼텍스 ▲한화종합화학 ▲SK케미칼 ▲대한항공 ▲현대자동차 ▲한국몰드 ▲테크 ▲한국카본 등 대기업과 섬유화학 전문 중견기업들이 잇따라 탄소섬유 생산에 참여하고 나섰지만 이번 주제에서는 태광산업과, 효성을 대표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국내 첫 탄소섬유 생산체제 물꼬를 튼 태광산업은 지난 2009년 PAN계 탄소섬유 생산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이후 2011년 상업설비를 구축하며 탄소섬유 자체 생산을 위한 체계적인 단계를 밟아 나갔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태광산업은 아크릴섬유에서 집적한 기술을 통해 이미 2009년에 PAN계 탄소섬유인 프리커서(Precursor)개발에 성공한데 이어 2012년 3월부터 국내 최초 프리커서 연 3000톤과 탄소섬유 연 1500톤 규모의 상업생산을 개시했다.“며 ”회사는 탄소섬유 원료부터 제품까지 수직계열화를 갖춘 유일의 기업“이라고 말했다.

「효성」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고객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백년기업 효성을 만들자“

올해 취임 3년 차에 들어선 조현준 효성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강조한 내용의 한 대목이다. 효성은 앞서 언급한 일본과 미국이 독점했던 탄소섬유 시장을 겨냥해 탄소섬유 ’탄섬(TANSOME)‘을 개발해 지난 2013년부터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나섰다.

이를 통해 효성은 2014년 현대자동차의 콘셉트카 인트라도에 차체 프레임과 지붕, 사이트 패널 등을 공급하며 명실상부 탄소섬유 기술을 인정받았다.

사진설명=(좌측)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중앙)탄소섬유 현대차 미래형 컨셉카, (우측)국제섬유박람회 효성 부스
사진설명=(좌측)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중앙)탄소섬유 현대차 미래형 컨셉카, (우측)국제섬유박람회 효성 부스

뿐만 아니라 효성 첨단소재는 미래 에너지 차량인 수소차에 탑재될 핵심 소재인 고강도 중탄성 탄소섬유를 국내 최초로 성공한 바 있다. 현재 효성은 탄소섬유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468억원을 투자해 전북 전주공장에 탄소섬유 생산공장을 증설한다.

이에 따라 효성은 오는 2020년까지 탄소섬유 플랜트 생산 능력을 기존 연간 2000톤에서 4000톤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효성 관계자는 ”탄소섬유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범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관심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면서 ”일본과 미국, 독일의 경우 정부 차원의 탄소섬유 산업 진흥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산업 환경의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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