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7000년 전 살았던 키 121㎝의 ‘신종 인류’ 등장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우리가 역사에서 배운 '호모 사피엔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베이징 원인' 등의 화석 인류 외에 새로운 종의 인류 화석이 필리핀 동굴에서 발견돼 과학계가 흥분하고 있다.

BBC·가디언 등은 10일(현지시간) 프랑스 국립 자연사박물관과 필리핀 대학 연구팀이 5만년~6만7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종 인류 화석을 발견했다는 논문을 10일자 영국 과학 잡지 '네이처'에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과학저널 네이처에 게재된 '호모루소넨시스' 관련 논문
과학저널 네이처에 게재된 '호모 루소넨시스' 관련 논문

연구팀은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있는 동굴에서 발견된 작은 뼈 조각과 치아 등이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인류의 화석이라고 보고, 섬 이름에서 이름을 따 ‘호모 루소넨시스’라고 명명했다.

◆ 치아는 고대·현대 특징 혼재, 발가락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 가까워 

아시아의 화석 인류로는 지금까지 베이징 원인·자바 원인·플로레스 원인·펑후인 등이 발견됐으며 호모 루소넨시스는 5번째 발견이다. 

연구팀이 2007년부터 지금까지 발굴한 호모 루소넨시스의 단서는 그다지 많지 않다. 어른 2명과 어린이 1명의 것으로 보이는 손발 뼈 일부, 대퇴골 뼈, 치아 7점 등이 발견됐다. 뼈의 크기로 미루어볼 때 호모 루소넨시스의 신장은 4피트(약 121cm) 정도로 예상된다.

이러한 작은 인류는 동남아시아에서는 두 번째 발견으로, 2004년 '호빗'이라는 애칭으로 알려진 성인 키 1m 남짓의 ‘호모 플로레지엔시스(플로레스 원인)’ 화석이 발견된 바 있다.

이번에 발견된 호모 루소넨시스와 플로레스 원인은 인류의 조상으로 알려진 호모 사피엔스와 같은 시기인 5만 년 전에 활동했으며,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여진다. 당시 화석 인류는 아시아를 떠돌며 다른 종족 간 교배가 이루어졌으며, 그 한편으로 플로레스 원인과 호모 루소넨시스는 섬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했기 때문에 부족한 자원의 영향으로 몸이 작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호모 루소넨시스는 플로레스 원인보다도 작고 약했다"며 "가장 큰 특징은 ‘치아’로 고대 치아에서 발견되는 특징과 현대 치아에 보이는 특징이 혼합돼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인류의 치아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특징들을 종합할 때 호모 루소넨시스의 선조는 호모 에렉투스(베이징인·자바인·하이델베르크인등을 카리키며 직립한 사람이라는 의미)이며, 진화 과정에서 작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호모 에렉투스는 호모 루소넨시스와 플로레스 원인 이전 시대에 아프리카에서 동남아시아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호모 루소넨시스의 발가락 뼈는 300만년전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초기 인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 가까운 특징을 보인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발뒤꿈치 뼈는 약간 굽어있어 나무 타기에 유리한 특징을 보이며, 이를 통해 직립보행 이후에도 오랑우탄 등과 마찬가지로 나무타기와 같은 원시적 행동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 ‘호모 루소넨시스’...인류 진화 연구에 중요한 발견

연구팀은 "호모 루소넨시스의 등장은 동남아시아의 인류 진화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지적한다. 특히 태초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특징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필리핀 루손섬의 동굴에서 발굴된 새로운 인류종 '호모 루소넨시스' 화석

파리 자연사박물관의 플로랑 데트루아 박사는 “호모 사피엔스와 같은 시기에 서로 다른 몇 개의 종이 존재했다. 그들은 서로 이종교배를 했다가 멸종되기도 했다. 우리가 발견한 호모 루소넨시스 역시 그런 종들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동굴 안에서 발견된 동물뼈를 토대로 호모 루소넨시스가 주로 육식 생활을 했으며, 석기를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지금도 추가 발굴 작업을 통해 호모 루소넨시스의 미스테리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덥고 습기가 많은 지역인 만큼 DNA 보존은 기대할 수 없지만, 뼈 추출 단백질도 다른 화석 인류와의 관계를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까다롭고 복잡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인간 진화의 역사는 이번 발견으로 또 새로운 한발을 내딛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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