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신다혜 기자] ‘파블로프의 개(Pavlov`s dog)’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용어다. 이는 ‘조건반사’를 설명하는 대표적 실험으로 개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종을 울리는 것을 반복하면 나중에는 개가 종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린다는 개념이다.

우리는 이를 흔히 심리학 용어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철저하게 생리학적으로 진행된 실험이다. 당시 이 개념을 발견한 러시아 과학자 생리학자 ‘이반 페트로비치 파블로프(1849~1936)’의 이름을 땄다.

당시 유럽권의 생리학자들은 생명체의 정신은 심리학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고등신경활동’, 즉 정신은 생리학 실험으로는 입증하기 어려운 분야였다. 파블로프는 침샘연구에 기반한 ‘고전적 조건화’ 개념을 통해 생리학과 뇌신경학·행동과학 영역으로 지평을 넓힌다. 

태어날때부터 자연스럽게 생존을 위해 신체가 반응하는 것을 ‘무조건반사(Autonomic reflex)’라고 한다. 그가 해당 연구를 통해 새로 발견한 개념은 외부환경의 조건에 의존하는 반사로 ‘조건반사(Conditioned reflex)’로 불렸다. 

파블로프에 따르면 조건반사가 일어나려면 생존에 필요한 자극과 꼭 필요하지 않은 자극 두 개가 동시에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생명체가 환경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학습한 자극과 조건반사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어떤 형태로든 기록을 남긴다. 따라서 파블로프의 실험은 우리 인간사회의 교육, 사회 시스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이 성공적 과업 뒤에는 수많은 개들의 희생이 따랐다. 그는 자신의 업적을 위해 700여마리 개들에게 잔인한 시도를 거듭했다. 

◆ 실험으로 입증한 고등신경활동 영역…이면에는 수많은 개들의 희생 뒤따라
파블로프의 개 이론은 사실 그가 소화액 연구를 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개념이다.

파블로프는 어릴때부터 ‘종의 기원’,‘뇌의 반사’ 등 금서를 탐독해왔다. 이후 저명한 과학자를 배출하기로 유명한 상트페테프부르크대학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생리학자의 길을 걷는다.

치온 동물해부학 교수 및에서 외과 수술 기술을 배우고 임페리얼 칼리지의 의학과에서 의사 자격을 취득한다. 

그가 실험의학연구소에서 주로 집중한 분야는 ‘소화액 분비 연구’다. 이를 위해 개를 실험 대상으로 선택한다. 토끼는 성질이 워낙 예민해서 실험을 하면 숨을 거두기 일쑤였으며 고양이는 실험에 순순히 응하지 않았다. 반면 개는 사람을 잘 따르고 소화기관이 사람과 닮아 있어 연구대상으로 적합했다. 

그는 개의 위를 둘로 나눠 음식이 위로 들어갔을 때 분비되는 소화액과 과정을 관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또한 개의 턱에 구멍을 내서 타액을 밖으로 끄집어낸 뒤 양을 측정했다. 이 외에도 신경계, 인슐린, 내분비계 등을 관찰하기 위해 수많은 개들에게 실험을 자행했다. 

개에게 ‘원’을 보여줄 때 먹이를 주고, ‘타원’을 보여줄 때 먹이를 주지 않는 실험도 있다. 애매한 모양의 타원 앞에서 개는 계속 침을 흘리거나 바닥을 긁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다. 파블로프는 이를 ‘실험적 신경증’이라 기록했다. 

그는 유의미한 표본 수를 위해 종이 각기 다른 수십마리의 개들에게 원과 타원 사이의 애매한 도형을 수십번씩 보여주며 실험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우연히 조건반사 개념을 발견한다. 개들에게 먹이를 줄때마다 종을 울렸고 그 과정에서 개들이 종소리만 들려도 침을 흘린다는 점을 발견한 것. 

개는 음식을 보면 침을 흘리는 '무조건 반응'을 보이지만 종소리에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 이를 '중성자극'이라 한다. 뒤이어 중성자극인 종소리를 들려주고 무조건 자극인 음식을 주는 행위를 반복하면 개는 중성자극인 종소리만 듣고도 침을 흘리는 무조건 반응을 일으킨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개들이 물리적, 심리적 고통을 받아왔다. 그는 노년에서야 “내 실험에 희생된 700마리의 강아지 이름을 모두 기억한다”며 괴로움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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