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이 정부 정책에 부응해 배당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국부 유출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올해 주당 약 780원씩 총 3013억원의 배당을 실시한다. 2008년 지주사 출범 이후 최대 규모다. 신한금융도 주당 배당액을 지난해 650원에서 올해 950원으로 올려 배당총액이 사상 최대인 5124억원에 달한다.



예금보험공사가 51.04%의 지분을 갖고 있는 우리은행은 올해에 400∼700원의 주당 배당액을 검토하고 있다. 주당 700원이 되면 2006년(600원) 이후 사상 최대가 된다. 우리은행의 배당이 늘면 세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정부가 배당 확대에 따른 수혜를 얻게 된다. 정부 지분이 51.2%인 기업은행도 지난해 25.3%였던 배당성향(순이익에서 배당총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올해 30%에 가깝게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밖에 삼성화재(주당 2750→4500원), 동부화재(1000→1450원), 삼성생명(850→1800원), 신한생명(150→250원) 등 올해 배당을 대폭 늘린 금융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 같은 금융사의 배당 확대에 대해 학계와 주식시장에서는 긍정적인 의견이 많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무역학)는 “국내 배당률이 외국에 비해 현저히 낮고, 시가배당률이 2%도 안 되는 상황에서 주주 이익을 위해 배당을 확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투자자들의 소득 확대 등을 통해 경제 선순환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 증시의 예상 배당성향은 13.7%로 중국(29.6%), 미국(29.4%), 일본(26.2%)보다 낮고, 영국(46.2%), 호주(70%), 뉴질랜드(84%) 등과 격차가 크다.



그러나 대형 금융사의 외국인 지분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지나친 배당 확대는 국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B금융(69.2%), 신한금융(67.08%), 하나금융(69.14) 등 주요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은 70%에 육박한다. 전체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서도 최고치이며, 평균 외국인지분율(34.2%)의 배에 달한다.



국부 유출 논란의 대표적 사례로는 외환은행의 이전 대주주였던 론스타가 꼽힌다. 론스타 시절 외환은행의 배당성향은 2008년 10.3%에서 2011년 60.0%까지 치솟았고, 이 기간 론스타가 배당으로 챙겨간 돈만 2조원이 넘는다.



론스타의 과도한 배당으로 외환은행은 내부유보금을 충분히 챙기지 못해 자본건전성 기준을 맞추느라 대출성장률이 다른 시중은행의 평균을 밑돌았고 투자 여력도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지난해 외환은행의 순이익(3651억원)은 직원 및 자산 규모가 절반도 안 되는 부산은행(355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연세대 교수)은 “배당을 늘린다고 내수를 살리기는 쉽지 않다”며 “미국의 금리인상 등 여러 가지 대내외 상황을 고려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지, 배당을 무리하게 늘렸다가 자본건전성에 위험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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