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태 후폭풍’, 주요국가 생명공학 성장세…한국만 ‘제자리’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황우석 사태의 후유증은 한국 유전자 공학의 퇴보의 신호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황우석 사건은 국내 생명윤리법 규제를 강화하고 생명과학 기술의 체계적인 발전에 치명적인 타격을 제공했으니까 말입니다.” (유전공학 연구원)

지난 2005년의 일이다. 사람 난자로부터 환자 맞춤형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추출했다는 내용으로 ‘사이언스’誌에 실린 황우석 당시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논문 조작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과학과 의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사건이 있었다.

그해 황 교수는 한국을 비롯한 미국과 영국 등 5개국의 세계 최고 연구진들과 배아줄기세포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했으며 환자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했다고 사이언스지를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물론 전 세계 과학계를 요동치게 했던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추출 성공의 신화는 논문에서 사용된 난자의 출처 의혹을 제기한 방송사의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결국 대국민 사기로 일단락됐지만 이를 계기로 생명윤리법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과학기술 및 의료 생태계는 진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황우석 사태를 전환점으로 과거 세계 최고 수준의 생명공학 유전자 분야 수준은 고강도 규제 탓에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실제로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의 자료를 토대로 살펴보면 세계 생명공학 기술은 줄기세포와 유전자 분석·치료 기술로 암과 에이즈 등 주요 난치병을 극복하고 수백개에 달하는 유전질환 역시 치료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과거 생명공학 및 줄기세포 분야에서 최고 수준을 보였던 한국은 생명공학 및 유전자 전문 과학자는 물론 이를 연구하고 배우는 학생 역시 줄어들고 있어 생명공학의 척박한 현실을 비춰주고 있다.

바이오 전문 기업 한 임원은 “유전자 및 줄기세포 등 생명공학 전문 과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끊임없이 연구를 하고 있지만 관련 법 규제가 워낙 강하다 보니 실제 연구 결과를 공개하기 꺼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거 바이오 및 유전자 등 분야에서 한국 보다 뒤떨어졌던 중국이 바짝 추격하고 있는 추세다.”고 토로했다.

생명공학 유전자 치료 어디까지 진화했나?

국내 생명공학 연구자들은 현재 전 세계 주요국가들이 유전자 치료를 위한 바이오 치료제 개발 등 생명공학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전한다.

국내 생명공학 연구자들의 이 같은 시각은 차세대 유전자 치료 기술로 알려진 ‘크리스퍼-캐스9(CRISPR-Cas9)이 공개되면서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한 전 세계 과학자들의 반응에서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크리스퍼 캐스9을 통해 에이즈 면역력을 보유토록 유전자를 교정한 쌍둥이 신생아 출사을 놓고 국제 과학계가 ’인간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면서 유전자 편집에 성공한 중국 남방과학기술대 허젠쿠이 교수를 겨냥해 강도 높은 비난에 나서기도 했다.

인간의 선을 넘어선 반인륜적 실험이라는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과학계 일각에서는 유전자 편집을 통한 생명공학 진화를 실현했다는 시각도 팽배하다.

크리스퍼 캐스9을 통해 유전자 편집에 성공한 중국과 함께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급성 림프모구백혈병(ALL)이라는 혈액암을 치료하는 유전자 치료제 판매를 허가했다.

이 치료제는 백혈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면역세포를 꺼내 유전자를 추가하고 재주입하는 방식이다.

미국 바이오 및 생명공학계의 이 같은 성과는 오래전부터 관련 연구를 지속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현재 진일보한 유전치료제가 완벽성을 갖추기까지 수많은 연구 과정에서 희생도 뒤따랐다.


실제로 지난 1990년대 미국 보건원(NIH)과 펜실베니아 대학 생명공학 연구자들은 희귀질환 유전자 치료를 위해 환자들에게 관련 치료제를 주입했지만 부작용과 함께 혈액암이 발병해 사망하기도 했다.

주요국, 유전자 치료 연구 ‘성황’…한국은 배아단계도 ‘제동’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유럽은 물론 중국에 이르기까지 유전자 치료제를 비롯한 생명공학 연구가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그만큼 다가올 미래 시대를 위한 과학계의 생명 혁신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전 세계 과학계가 바이오 및 생명공학 연구를 위한 영역이 확대되고 있지만 생명윤리법 규제라는 굴레에 갇힌 한국 유전자 시장은 퇴보하고 있는 분위기다.

크리스퍼 캐스9 개발과 게놈 프로젝트 성공에 나선 중국은 물론 혈액암 치료를 위해 유전자 치료제 판매에 나선 미국에 이어 유럽 역시 유전자 치료에 발벗고 나섰다.

지난 2012년 네덜란드 바이오 제약사 유니큐어(UniQure)는 희귀질환인 지단백지질분해효소결핍증(LPLD) 치료제를 개발하고 공식적인 승인을 받았다.


유니큐어는 이탈리아 제약사와 공동으로 혈우병과 파킨슨병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심혈관 치료를 위해 미국 다국적 제약기업인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와도 협력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블루버드 바이오 기업 역시 유전자 치료와 항암면역치료,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한 희귀질환과 암 치료제, 그리고 CAR-T 세포 치료제(Chimeric Antigen Recep tor T cell Therapy)를 개발하고 있다.

이렇듯 전 세계 국가에서 희귀질환 및 유전자 치료를 위한 생명공학 연구가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한국은 배아 단계 유전자 치료 단계부터 규제에 의한 제동에 걸려 제자리 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L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는 “전 세계가 파킨슨병이나 암, 그리고 희귀 백혈병 치료를 위한 유전자 연구와 치료제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생명윤리법이라는 테두리에 갇혀 생명을 위협하는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연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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