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정태섭 기자] “당신은 며칠 내 사망할 것입니다.” 만성 폐질환이 악화돼 병원으로 이송된 78세 남성에게 로봇의사가 던진 사망통보에 유족들이 병원을 상대로 거세게 항의하며 사과를 촉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어니스트 퀸타나(Ernest Quintana)는 호흡이 없는 상태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카이저 퍼머넌트 메디컬 센터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날 중환자실에 함께 있던 손녀 ‘애너리샤 빌함(Annalisia Wilharm)’은 간호사가 "의사가 회진을 온다고 말했지만 실제 병실을 방문한 것은 의사가 아닌 디스플레이 탑재 로봇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로봇은 자발 호흡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이미 기능할 수 있는 폐가 남아있지 않다. 환자에게 남은 시간은 단 며칠이다"고 말했다. 병실에 들어온 것은 ‘RP-VITA'와 같은 의료용 로봇이었다.

퀀타나는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았지만 로봇은 환자의 왼쪽으로 돌 수 없었기 때문에 손녀 빌함이 이를 퀀타나에게 알렸다.

유족들은 "일상적인 내용이라면 로봇을 사용해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폐가 남아 있지 않고 죽을 때까지 모르핀이 투여된다는 소식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 전해야 마땅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병원 측은 “이번 상황이 이례적이었다. 환자를 배려하지 못한 점은 매우 유감이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병원은 현재 원격 의료를 실시하고 있으며 디스플레이 기반의 대화에는 매번 간호사와 의사가 동석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기술이 의료진과 환자와 환자 가족과의 대화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말기환자센터의 스티브 펜틸럿은 "로봇 기술은 환자와 환자 가족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눈앞에 의사가 있는 것과 (로봇은) 전혀 다르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라고 언급했다.

펜틸럿은 또 “환자의 옆에 있어도 공감과 연민을 느끼지 못할 수 있고 화상 회의로도 따뜻함과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말하기 어려운 소식을 아무리 잘 전달한다 하더라도 가족들은 슬픔 때문에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논평했다. 한편 환자는 병원 이송 이틀만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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