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게놈 편집 쌍둥이’...CCR5 유전자에 뇌 관련 기능 많아

[데일리포스트=정태섭 기자]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에 ‘게놈 편집’ 기술을 적용해 논란이 된 중국 쌍둥이가 실험 목적인 에이즈(HIV) 내성 외에 뇌 기능도 강화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 쌍둥이에 적용한 게놈 편집 기술이 지능 향상과 뇌경색 이후 뇌의 회복을 촉진하는 작용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UCLA 연구팀이 발표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중국 광동성 남방과기대(SUSTech) 허젠쿠이(He Jiankui) 교수는 지난해 11월 홍콩에서 열린 인류 게놈 편집 컨퍼런스에서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 아기 실험을 진행했다. 태아의 아버지가 에이즈 보균자이기 때문이다. 에이즈는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환자가 많은 심각한 질병으로 태아 감염을 막기 위해 유전자 편집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발표했다.

광동성 조사팀도 과학자의 임상실험이 사실이었으며 쌍둥이를 실제로 출산한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또 허젠쿠이 교수가 수정 직후의 초기 배아에서 에이즈 바이러스의 감염 통로가 될 수 있는 특정 유전자 ‘CCR5’의 기능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남방과기대는 지난 1월 허젠쿠이 교수와의 계약을 해지했으며 허젠쿠이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의 법적 처벌을 위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UCLA. “유전자 편집 쌍둥이 뇌 기능 강화 가능성 높아

이런 가운데 미국 UCLA(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뇌 연구소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CCR5 기능을 방해하면 기억·학습을 비롯한 인지능력 향상과 더불어 뇌 손상 후 신경 회로 회복이 빨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 논문은 지난 21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셀(Cell)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를 진행한 알치노 실바 UCLA 신경생리학자는 “쥐 실험에서 CCR5를 제거하자 지능 향상은 물론 뇌졸중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며 “쌍둥이의 인지능력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학업 능력이 우수할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역학조사 결과 CCR5가 선천적으로 결핍된 사람의 경우 경도~중도 뇌졸중의 회복이 빠른 것으로 나타나 이번 연구 결과에 신빙성을 높이고 있다.

한편 미국 과학잡지 'MIT 테크놀로지리뷰'는 허젠쿠이가 쌍둥이의 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게놈 편집을 한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유전자 조작이 쌍둥이의 인지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종류의 연구는 해선 안 된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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