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자존심 넥슨…중국 자본에 넘어가나?
벤처 1호 넥슨의 성장과 김정주 회장의 발자취

 

[데일리포스트=신다혜 IT 전문기자] “우울하죠. 말이 좋아 한·중 합작 인수합병이지 실제 중국 자본으로 넘어가는 것이죠. 어차피 넷마블의 지분도 텐센트가 17% 이상 보유하고 있는 주주인데…넥슨이 국내 게임 업계 자존심인 만큼 중국 자본에는 팔리지 않기를 바랬는데…아쉽네요.”(A 게임 업체 관계자)

국내 벤처 1호 기업 넥슨이 10조원대 규모의 매각가를 조건으로 M&A 시장에 나왔다. 일각에서는 게임 시장을 바라보는 정부와 까다로운 규제에 지친 김정주 회장이 사업에서 손을 떼기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는 전언이다.

넥슨의 매각설이 불거진 지난달 초만 하더라도 여론은 매입의 주체가 해외 자본이 아닌 국내 기업에 국한돼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게임 종주국의 위상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국내 게임 시장의 혁신을 주도했던 기업이었던 만큼 국내 기업 인수를 통해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자존심을 지켜내야 한다는 심리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매각가가 부담이었을까? 국내 기업 인수가 우선돼야 한다는 여론의 기대감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 우려했던 외국 자본이 국내 게임의 자존심이며 글로벌 위상인 넥슨 인수를 위해 국내 기업과 손을 맞잡고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 7일 국내 게임 2위 업체 넷마블이 중국 텐센트를 비롯해 사모펀드 MBK판트너스와 함께 넥슨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기사가 줄을 이었다.



투자은행 업계와 게임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은 중국 텐센트와 국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함께 넥슨 인수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넷마블과 함께 넥슨 인수전에 합류한 텐센트는 중국 게임 업계 1위 기업으로 넷마블의 지분 17.66%를 보유하고 있는 3대 주주다.

물론 넷마블측은 텐센트 등과 더불어 넥슨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언론의 질문에는 “확인할 수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넷마블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와 M&A시장은 넷마블이 텐센트와 함께 넥슨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확신을 보이고 있다.

한 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넷마블이 넥슨이라는 대어(大漁)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넷마블이 넥슨을 인수할 경우 매출은 연 4조원대로 늘어나 국내는 물론 글로벌 게임 시장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넷마블 단독으로 10조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매물을 인수하기에는 부담이 큰 만큼 자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텐센트와 컨소시엄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 넷마블이 국내 게임 자존심 넥슨 사냥에 성공하면..

넷마블은 CJ E&M이 대주주로 있는 게임 회사로 2019년 2월 기준으로 넷마블은 시가 총액 10조 2746억원을 기록했다.

넷마블은 현재 모바일게임으로 매출 95% 이상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PC 게임 강자인 넥슨을 인수할 경우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두고 우려섞인 목소리가 적지않다. 국내 벤처신화의 주역인 게임산업마저 중국에 종속될 수 있다는 불편한 심기다.

텐센트는 이미 넥슨의 대표 게임으로 꼽히는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배급사다. 만약 이번 인수에 성공하면 텐센트는 연간 1조원에 달하는 게임 로열티를 절감하고 넥슨의 해외 유통망을 확보해 주도권을 가져가게 된다.

여기에 인수 이후 기업문화의 차이에 따른 내부 간 갈등문제도 우려된다. 넥슨은 자유롭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지켜 온 반면 넷마블은 강도 높은 업무와 수직적 문화로 유명하다.

덕분에 늦은 시간까지 구로 본사의 불빛이 꺼지지 않아 ‘구로의 등대’라는 수식어까지 얻고 있다.

때문에 넥슨 내부 역시 벌써부터 불안한 기조가 흐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전혀 다른 기업문화를 가진 조직이 결합할 경우 내부 갈등은 물론 국내 게임산업의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中 대표적 ‘BAT’ 멤버 그룹 ‘텐센트’는 어떤 기업?

넷마블이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넷마블과 함께 넥슨 인수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중국의 게임 기업 텐센트(Tencent)가 어떤 기업인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시진핑 주도의 중국 경제를 이끄는 대표적인 3대 IT 그룹이 있다. 이른바 ‘BAT’로 붙여진 최대 그룹사들인데 중국은 이들을 ‘BAT(바이두 Baidu/알리바바 Alibaba/텐센트 Tencent)’라 부르고 있다.

BAT라는 용어는 지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됐으며 스마트폰과 SNS, 게임 산업의 혁신을 통해 중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만큼 중국 정부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넷마블의 3대 주주이면서 중국 최대 SNS, 게임 강자로 지난 2016년 중국 시가총액 1조 6081억 위안(한화 279조원)으로 1위를 기록했던 텐센트는 세계 1위 온라인 게임그룹이다. 텐센트는 7억명을 넘는 중국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PC버전의 메신저 QQ와 모바일 버전의 위챗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1위 게임사로 정평난 텐센트는 단순히 게임 퍼블리싱에 그치지 않고 매년 막대한 자금을 통해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전략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1년 ‘리그오브레전드’ 개발사 라이엇게임즈를 비롯해 카카오톡에 720억원을 투자하면서 다음 카카오의 2대 주주가 됐다.

벤처투자컨설팅 나움 김형철 대표는 “텐센트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벤처캐피털과 같은 투자에 나서고 있다.”면서 “실제 국내 카카오와 넷마블 외에도 지난 2013년부터 2014년 2년간 투자한 기업만 40곳이며 투자금액만 4조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 넥슨, 캐주얼게임과 공격적 인수합병 통해 가파른 성장

이제 다시 넥슨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1세대 벤처사업가 ▲은둔의 경영자 ▲인수합병의 귀재, 넥슨 창업자이며 지주회사 NXC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정주 회장을 부르는 수식어다. 그렇다면 김정주 회장 그가 지금의 공룡 게임 기업 넥슨을 어떻게 성장 시켰는지 궁금해진다.

김정주 회장은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카이스트 대학원 진학이 1년 미뤄진 것을 계기로 창업을 마음먹었다. 대학원에 진학한 후에는 대학 동기 송재경과 함께 게임개발을 시작했다. 이어 카이스트 전산과 김상범, 동 대학원 경영학과 나성균, 이민교를 만나 ‘넥슨’을 창업했다.

초기의 넥슨은 게임이 아닌 웹오피스라는 인터넷 솔루션 개발사였다. 1994년 창업해 1년간 인터넷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게임 서비스를 위한 초석을 다졌다.

이후 1995년에는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개발했으며 이듬해 4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김진 만화가의 동명 만화를 소재로 한 게임으로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상용 온라인 게임이다.

1997년에는 해외로 눈을 돌려 영어권 사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개시했다.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으로 게임을 수출하는 등 해외에 국내 게임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특히 넥슨은 세계 최초로 게임에 부분 유료화를 도입해 게임사업의 시장성을 입증해나갔다.

 



넥슨은 2000년대 들어 국내 인터넷 보급에 힘입어 본격적인 확장세에 들어가게 된다. 넥슨의 지주회사엔 NXC는 2004년에 ‘메이플스토리’의 개발사 위젯 스튜디오를 인수했다. 또한 ‘카트라이더’ 등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캐주얼 게임들을 개시해 현재까지 국민게임으로 사랑받고 있다.

2008년에는 ‘던전앤파이터’ 개발사인 네오플을 3852억원에 인수해 당시 업계 최대 금액의 합병으로 주목받았다.

이는 던전앤파이터가 중국 텐센트에서 월 평균 15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등 흥행수표로 떠오르면서 네오플의 기업가치에 투자한 것. 이후 ‘서든어택’의 게임하이, ‘프리스타일’의 JCE를 인수하기도 했다.

특히 2012년에는 엔씨소프트의 지분 14.7%를 인수해 게임시장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아이온’ 등 대작 게임을 잇달아 흥행시키며 넥슨과 함께 업계 내 1,2위를 다퉈왔다.

이처럼 김 회장은 회사 전면에서 경영을 주도하기보다 외부로 눈을 돌려 공격적 인수합병을 펼치며 자사 규모를 불려갔다.

◆ 엔씨소프트와의 결별, 뇌물수수 의혹에 중국으로 주도권을 넘기기까지

물론 넥슨이 성공가도를 달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엔씨소프트 인수합병이 미국 게임사인 일렉트로닉아츠(EA)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한 전략이었으나 결국 인수합병이 이뤄지지 않은데다 경영권 참여 문제로 두 회사 간 갈등이 생겼다.

넥슨은 2015년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보유한 엔씨소프트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엔씨소프트가 이를 거둬들임으로써 두 기업의 동거는 3년 만에 막을 내렸다.

 



인수합병문제뿐만 아니라 2016년 김 회장의 뇌물수수 혐의는 넥슨을 한차례 휘청이게 한 사건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2005년 6월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넥슨 비상장 주식의 매입금 4억 2500만원(1만주)와 차량과 여행경비 등을 무상으로 제공한 혐의로 2016년 6월 기소된 바 있다.

이후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항소심에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약 5억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지난 2017년 12월에는 대법원이 “추상적이고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는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고등법원으로 사건을 파기환송 했다.

이처럼 거센 파도가 잠잠해질 무렵 매각을 앞두고 또 한 차례 업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넥슨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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