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이 뛰어든 '전세계 인터넷 연결 프로젝트'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지구 상공에 인터넷 기지국을 세워 미지의 영역에서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를 발굴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치열한 ‘하늘 위’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전 세계의 절반가량은 인터넷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오프라인’ 상태다. 인터넷망 자체가 깔리지 않은 오지나 도서산간 지역을 비롯해 인터넷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곳도 상당하다.

기존 광케이블 인프라 구축과 비교해 드론이나, 열기구, 저궤도 인공위성 통신망을 이용하면?네트워크 구축 기간을 대폭 절감할 수 있고 일정 궤도를 돌면서 전 세계를 보다 쉽게 연결한다. 최근 소형 위성의 대량 생산 체계가 갖춰지면서 스페이스X와 같은 민간 우주항공업체를 비롯해 다양한 우주 관련 스타트업들도 이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페이스북, 에어버스와 제휴해 태양광 드론 제퍼로 재도전

지난해 태양열로 높은 고도를 비행해 상공에서 모바일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무인 항공기(이하 드론) 개발을 중단한 페이스북이 관련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테크크런치와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21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페이스북이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Airbus)와 함께 드론 기반의 인터넷 회선 제공 사업을 개발 중임을 확인하는 문서가 공개됐다.

앞서 페이스북은 통신 인프라를 연결할 수 없는 지역에 성층권을 비행하는 태양광 드론 아퀼라(Aquila)를 통해 인터넷을 제공하는 ‘아퀼라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2014년 영국 무인기 제작업체인 어센타를 인수, 미항공우주국(NASA) 출신 직원들을 주축으로 ‘커넥티비티랩’을 설립해 수년간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2016년과 2017년 시험비행 과정에서 아퀼라가 잇따라 추락하자 지난해 6월 개발을 돌연 중단하고 자체 드론 제작이 아닌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독일 인터넷 탐사보도 매체 ‘넷츠폴리틱’이 페이스북과 에어버스가 태양광 드론을 이용해 대륙간 인터넷을 연결하는 비행 실험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은 49쪽 분량의 문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페이스북은 통신 인프라가 낙후된 저개발국에 인터넷을 제공하기 위한 ‘고고도 기지국(HAPS)’ 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2017년 11월부터 에어버스와 HAPS 관련 협력을 모색해 온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양사는 에어버스의 20km 비행 드론을 사용해 밀리미터파 무선통신으로 지상과 통신해 인터넷을 제공하는 실험을 호주 서부 윈덤 비행장에서 진행한다. 시험비행이 실제로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3월~9월에 걸쳐 에어버스는 호주 민간항공안전위원회(CASA)와 18번에 걸쳐 협상을 진행했다.

실험비행 가능성이 높은 무인 항공기는 ‘제퍼S(Zephyr S)’다. 날개폭 25m, 무게 75kg의 제퍼 S는 구름보다 높은 70,000ft(약 21.3km) 상공을 비행한다.



제퍼S는 아퀼라 프로젝트의 훌륭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고고도에서 태양광을 이용해 인공위성처럼 수개월을 비행할 수 있으며 지난해에는 태양광으로만 25일 23시간 57분이라는 놀라운 비행 기록을 달성해 화제를 모은바 있다.

문서상에는 시험 비행이 지난해 11월과 12월로 계획되어 있지만 실제 실험 진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넷츠폴리틱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에어버스 양사 모두 상세한 정보 제공을 거절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페이스북이 제퍼S를 선택했다면 실패한 아퀼라 프로젝트의 꿈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IT 공룡들의 전쟁의 서막 우주 인터넷 시대올까?

현재 통신 인프라가 없는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은 전 세계 38억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 거대한 시장을 노리는 것은 페이스북만이 아니다. 구글과 스페이스X는 열기구와 위성으로 적어도 수 억 명에 달하는 신규 인터넷 유저를 확보할 수 있다고 여긴다.

구글은 2013년 6월 발표 이후 연구 프로젝트로 진행한 기구 통신 '룬(Loon)'을 활용할 계획이다. 지구 상공에 열기구를 띄워 지구촌 오지에 인터넷 접속 환경을 제공하는 구글의 구상은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기구 7대로 약 1000㎞ 범위의 지역을 대상으로 데이터 전송에 성공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열기구는 상공 20㎞ 지점 성층권에서 약 100일~200일 정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룬 프로젝트는 긴 준비 시간을 거쳐 올해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지 통신업체 텔콤 케냐(Telkom Kenya)와 아프리카 케냐 중부지역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편 전세계 우주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는 미국 민간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는 소형 인공위성 기반으로 데이터 통신용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2월 400㎏ 시험 위성 2대 발사에 도전했으나 목표 고도인 1125㎞ 상공 저궤도 진입에는 실패, 올해 다시 도전에 나설 계획이다. 스타링크 프로젝트는 페이스북이나 구글과는 달리 성층권이 아닌 우주를 무대로 지구 전체를 서비스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급력을 갖는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마크 핸들리 교수는 "스페이스X의 우주 인터넷 구상은 기존 대비 2배의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는 그 무한한 기회만큼 위험성이 상당하다. 하늘 위 인터넷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투자와 적지 않은 시간도 필요하다. 통신 정확도는 물론 위성이나 기구와 언제 어디서나 끊김 없이(seamless)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기술이 우선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사실은 사업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하이테크 업체들이 인프라 확대를 목표로 혁신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도래할 새로운 초연결 시대에는 성층권과 우주 공간까지 활용해 지구촌 곳곳이 더 넓고 더 빠르게 연결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