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최대 위기에 처했다. 프랑스 전역에 반(反)정부 시위가 확산되는 가운데 폭도로 변한 ‘노란 조끼(Gilets Jaunes)’ 시위대는 파괴, 방화, 약탈을 반복하며 프랑스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마크롱은 사퇴하라”..프랑스 정치·경제 위기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마치고 2일 귀국한 마크롱 대통령은 즉시 현장을 시찰했지만 그를 맞이한 것은 "마크롱은 사퇴하라"라는 거센 요구였다.

노란 조끼 시위는 지난달 17일 시작된 이후 점차 과격화해 토요일인 지난 1일(현지시간) 파리 최대 번화를 중심으로 벌어진 시위에서는 차량과 건물에 불을 지르는 등 폭력 사태까지 번졌다. 경찰은 폭력시위로 변한 지난 1일 집회 참여자 372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전국적 규모의 대형 연속 집회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는 데다, 극심한 폭력시위로 이어지자 프랑스 정부는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시위는 내년 1월로 예정된 유류세 인상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했지만 근본적으로 마크롱이 추진하는 ‘구조개혁’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에 도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시위가 프랑스 전체를 흔들면서 프랑스 정치·경제는 마비됐다. 꽃의 도시로 불리는 파리는 샹젤리제 거리는 전쟁터처럼 변했고 소비업종 중심으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관광과 외식 산업에도 큰 타격을 미치고 있다.



마크롱노동개혁이 위기 초래

시위대는 유류세 폐지와 현행 최저임금 인상을 원하고 있다. 또 시위의 근본적 원인으로 여기는 마크롱 대통령에 대해 국회 해산과 새로운 선거도 요구한다. 취임 이후 노동자 해고 간소화 등 노동법 완화와 부유세를 축소한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환경세로 시위자들에게 '부자를 위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로 반감을 사고 있다.

사실 마크롱은 프랑스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고 할 수 있다. 파리 정치대학 (Sciences-Po)과 국립행정학원 (ENA)을 졸업한 뒤 회계검사원과 로스차일드 산하 투자은행에서 일하며 기업인수를 담당했다. 금융계 출신인 만큼 프랑스 산업의 활성화와 국제 경쟁력 강화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프랑스는 노동조합의 힘이 강해 기업이 노동자를 해고하기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프랑스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시각이 존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법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든 마크롱의 개혁은 당연히 근로자들의 반감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초과 근무 수당을 삭감해 기업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국영철도공사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종신고용제를 폐지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비대하고 비효율적인 공공부문을 개혁하겠다면서 2022년까지 공무원 12만 명을 감축하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간 프랑스는 소위 ‘공무원의 천국’으로 불렸지만 마크롱은 중앙 정부 공무원을 감축하는 한편 조달한 자금을 민간 창업과 기술 혁신에 투입하는 등 공공 부문 개혁에도 속도를 냈다. 하지만 일단 내어준 권익을 박탈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큰 위험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결국 프랑스 공무원들은 임금 동결 및 구조조정에 대응해 지난해 10월 10년만에 대거 총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반정부 시위가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이 생각보다 급진적으로 진행되면서 쌓인 국민의 반감이 폭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취임 당시 60%대였던 지지율은 꾸준히 하락해 현재 20%대를 기록하며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노란조끼'에 후퇴한 프랑스 정부시위 막기엔 역부족

AFP통신 등 외신은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가 4일(현지시간) “유류세 인상을 6개월간 중단한다”는 내용을 담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정부는 내년 1월로 예정된 유류세 인상을 반년간 유예하고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강화 조치 역시 6개월간 미루기로 하는 등 민심 달래기에 나선 모양새다.



필리프 총리는 이날 “프랑스의 통합을 위험에 빠뜨리는 세금은 소용이 없다”며 “노란 조끼 시민들이 세금 인하와 일자리를 원하는데 이는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나와 집권당이 국민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면 앞으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여론조사업체 해리스인터랙티브가 시위 다음날인 2일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72%가 '노란 조끼' 운동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단, 응답자의 85%는 폭력시위에는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수치상으로 보면 마크롱 대통령 지지자 이외에는 노란조끼의 편에 있는 셈이다.

프랑스 정부는 노란 조끼 시위대의 과격 양상에도 불구하고 민심이 여전히 마크롱 정부에 부정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AP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4일(현지시간) “프랑스 정부의 조치에도 프랑스 전역에 노란 조끼 시위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노란 조끼 운동 측은 이날 프랑스 정부의 유류세 인상 6개월 유예 방안에 '불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8일 또 다시 집회를 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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