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글로벌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스마트홈 스타트업 ‘블링크(Blink)’ 인수를 발표했다.

아마존은 인수 가격 등 구체적인 거래 조건과 인수 목적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해외 언론들은 이번 인수가 아마존이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홈 시장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무선보안 신흥기업 블링크인수

CNBC 등 외신은 22일(현지시간) 아마존과 블링크의 합병 합의 소식을 전했다. 블링크는 메사추세츠 주 보스턴에서 30km 떨어진 앤도버(Andover)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직원 50명의 작은 기업으로 2014년 설립돼 당시 100만달러 규모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을 성사시키며 화제를 모았다.

블링크는 가정용 보안 카메라와 초인종 등을 만드는 무선보안 스타트업이다. 대표 제품인 실내와 옥외에 설치하는 보안카메라는 가격이 99달러부터로 기존 제품들에 비해 매우 저렴하며 배선이 필요 없어 설치 및 유지관리도 쉽다.

카메라로 찍은 영상은 Wi-Fi 기반으로 이용자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고 AA배터리 2개로 1년간 가동한다는 점도 타사 대비 차별화 포인트다. 블링크는 2016년 1월에 실내 카메라 모델을 출시한 후 12월초에 옥외 모델을 선보였다.



또 12월 중순에는 소형 비디오 도어폰도 발표했다. 기존제품과 마찬가지로 카메라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이며 방문자가 현관의 도어폰 버튼을 누르면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확인해 응대할 수 있다. 비디오 도어폰 역시 99.99달러로 매우 저렴하다.

미국 IT 전문 매체 슬래시기어(Slashgear)는 박리다매 전략을 경영이념으로 삼고 있는 아마존이 가격경쟁력이 있는 신생 기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블링크 측은 당분간 아마존 산하 기업으로 제품 판매와 고객 지원을 계속해 나갈 것이며 아마존 사업과의 연계에 대한 어떤 계획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블링크 제품들이 아마존의 AI 비서 서비스 알렉사(Alexa)와 호환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아마존의 노림수, “스마트홈 분야 시장 선점

그렇다면 아마존이 블링크 인수를 통해 얻으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 이번 인수는 아마존의 스마트홈 영역 진입의 교두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블링크 인수가 시장을 뒤흔들 대규모 인수합병은 아니지만 스마트홈 분야를 차기 블루오션으로 인식하고 있는 아마존의 야심이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다.

실제로 최근 아마존이 스마트홈과 보안관련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아마존은 올해 10월 자사 프라임 회원 전용 댁내배송 서비스 '아마존키(Amazon Key)'의 일환으로 아마존 클라우드 캠(Amazon Cloud Cam)이라는 보안 카메라를 출시했다.

미국에서는 상품 배달시 수취인이 없을 경우 짐을 현관 문 앞에 놓고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제품이 비에 젖거나 도난당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고객이 집에 없더라도 배송기사가 직접 현관문을 열고 문안쪽에 주문한 물건을 배송하는 새로운 서비스다.

구조는 이렇다. 집에 아마존 키를 장착한 고객이 온라인 주문 시 배송기사의 집안 방문 허용을 체크한다. 배송기사가 아마존 앱으로 잠금해제 버튼을 누르고 문을 열고 물건을 집안에 둔 후 다시 문을 잠근다.



아마존키(스마트 전자열쇠), 스마트폰용 앱, 실내 보안카메라 세 가지 조합으로 안전을 확보한다. 고객은 집 안에 장착된 ‘아마존 클라우드 캠’을 통해 배송기사의 모습을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고 배송기사가 집을 나가고 문이 닫히면 다시 고객에게 통보된다.

아마존은 이를 발전시켜 부재시에도 집 청소, 리폼·수선, 수도 공사 등 주택 관련 서비스를 의뢰할 수 있는 구조를 계획하고 있다.

블링크의 기술은 아마존의 이런 계획에 부가적 보안 구성요소까지 더해주는 것이다. 블링크는 향후 고객의 집을 원격으로 감시하는 홈 보안 서비스도 계획 중이다. 따라서 아마존과 블링크는 궁합이 꽤 좋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존이 앞으로 블링크 기술을 활용해 아마존 키의 보안을 높여 갈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홈 보안 시장에 진입할 것인지를 현시점에서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아마존의 이번 인수가 구글의 스마트홈 플랫폼 '구글 네스트(Google Nest)' 등을 비롯해 경쟁사에 꽤 강력한 위협이 될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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