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송협 편집국장] “나의 재산에 비하면 도끼(가수)는 불우이웃”(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지난해 ‘청담동 주식부자’로 한동안 이슈가 됐던 30세 젊은 주식 부자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주식 관련 케이블TV 애널리스트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그는 수천억원대 자산가를 강조하며 공중파 예능프로그램까지 섭렵하며 말 그대로 네임밸류를 제대로 높였다.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부촌인 청담동에 수백억원 규모의 빌딩과 실내 수영장을 보유한 200평 규모의 주택, 그리고 40억원대 부가티를 비롯해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 고가 승용차를 소유한 그를 보면서 사람들은 “잘만 투자하면 나도 언젠가 이희진처럼 화려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몽상(夢想)에 빠지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의 심리, 가진 것 없으면서 꿈은 대박 큰 이들의 심리는 너무나도 단순하다. 겉모습만 화려하게 포장된 누군가가 그 심리를 살짝 자극만 하면 금새 타죽을 것 같은 불속을 향해 뛰어드는 불나비처럼 걸려들게 마련이다.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아니 지금은 온갖 감언이설로 수많은 불나비 같은 개미들의 얄팍한 지갑을 털어낸 희대의 사기꾼 이희진은 ‘한탕주의’에 빠진 개미들의 심리를 너무나도 잘 파악했다.

자신의 연출된 화려한 일상을 툭툭 미끼를 던지 듯 하면 어김없이 입질이 왔으니 이 얼마나 땅 짚고 헤엄치기였을까? “나처럼 살고싶어? 청담동에 200평 수영장 딸린 집과 부가티와 같은 고급 외제차 갖고 싶지? 그럼 나를 믿고 투자해봐”라는 말 한마디에 하루에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이 사기꾼이 운영하는 투자매매회사 통장에 입금됐으니 이 얼마나 돈 벌기 쉬운가?

피해자만 3000명에 달했던 2016년 블록버스트급 대형 사기사건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않았는데 불과 1년 만에 대박과 한탕을 노리는 신분상승과 막대한 부를 창출하고 싶은 이들의 탐욕을 자극하는 새로운 투자상품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또 다시 요동치고 있다.

인터넷 이후 가장 파괴력 강한 혁신인 가상화폐,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높은 비트코인 광풍이 대한민국의 투자시장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는 한편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폐인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인 미래의 대안 금융시스템의 일환인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인물이 2009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전해진다. 문제는 비트코인 1개 가격이 9원이던 2009년 당시부터 2000만원을 넘나드는 현재까지 비트코인 창시자 나카토미 사토시에 대한 실존 여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토시, 그가 개발한 미래의 통화 기능인 비트코인은 현재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에서 천문학적 가치를 기록하며 새로운 투자상품으로 광풍을 몰고 있지만 이를 개발한 나카토미 사토시의 정체성은 여전히 베일에 감춰져 있다.

문제는 정체성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인물 나카토미 사토시라는 투명인간이 개발한 비트코인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으며 특히 돈이 된다 싶으며 앞 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기 좋아하는 대한민국은 이제 맹신에 가까운 폐인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비트코인을 알기 전만 하더라도 개미들의 추앙대상은 청담동 주식 사기꾼 이희진이며 주식시장에서 가장 부러운 종목은 주당 248만원에 달하는 삼성전자였지만 사람들은 이제 모든 것을 걸고 비트코인 거래소의 그래프만 눈이 빠져라 바라보고 있을 만큼 대한민국은 현재 비트코인 광풍 한 가운데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인터넷을 열면 어김없이 비트코인 폭락 소식에 탄식 가득한 소리가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 얼마가 폭등해서 재미를 봤다는 소식도 들리면서 얄팍한 지갑을 만지작 거리게 만드는 유혹도 느껴진다.

자고 일어나면 폭락하고 폭등을 거듭하면서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는 기사가 줄을 잇고 있으며 그 기사를 눈이 빠져라 지켜보는 사람들, 절대 막대한 자금을 보유한 부자들이 아니다. 부자들은 절대 돈 몇천만원에 가슴을 졸이지 않으니까 말이다. 한탕을 위해 빚을 지고 달려든 불나비들의 이야기다.

이런 불나비들은 그 심리 또한 지극히 단순하다. 때문에 조금만 툭 건드려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일까 국내는 물론 외신까지 들썩거리게 만들었던 10대 고교생의 사기에 걸려들어 큰 손실에 피해자들이 분통을 터트렸다는 기사를 읽고 있노라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친구에게서 돈을 빌려 투자를 했네. 대출을 받아 투자를 했네. 하면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들락거리던 또 다른 개미들은 거래소 서버정지 사태로 수천만원을 손해봤다며 1인 시위를 펼치는 촌극도 지켜봤다.

결코 수십억원 혹은 수백억원을 보유한 부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비트코인 몇 개 구입해서 높은 시세차익을 노리는 개미들의 신분세탁을 위한 발버둥이다.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다 주식에 쏟아냈지만 손실만 보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당연할 수밖에 없는 이치다. 세상사가 다 그런 것이다. 누구나 주식으로 대박을 터트릴 수 있다면 사채를 끌어 쓰더라도 투자에 나선다. 왜 힘들게 직장생활하며 고생하겠나?

누군가 그랬다. 오래전 삼성전자 주식이 5000원이던 시절에 1만주를 샀더라면 지금 아무걱정 없이 누리고 살았을 것이라고. 비트코인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단맛은 비트코인 출시 초기에 다 빨렸다고 하더라. 막차 탄 사람들은 결국 밤낮 뉴스나 거래소 그래프만 눈이 빠져라 지켜보다 정신적 피폐감에 빠져 공황장애에 시달리게 된다는 우수개소리를 늘어놓더라.

기회의 투기상품으로 전락한 비트코인, 대한민국은 지금 비트코인 폐인들이 곳곳을 헤매고 있다. 이제 냉정해져야 한다. 막연한 투기의 끝은 자신의 삶을 현재 보다 더 곤궁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비트코인으로 희망을 꿈꾸지만 폐인으로 전락한 그대, 이 모든 것은 바로 네 탓이오. 네 탓이오. 너의 탐욕 탓이다.” 내가 폐인이 될수록 몸집이 불어나는 것은 실제 존재 여부도 알수 없는 비트코인 창시자 나카토미 사토시와 소수, 아주 소수의 재력가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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