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이전부터 인간의 머리를 다른 신체에 이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찬반 논란을 야기해 온 이탈리아 세르지오 카나베로(Sergio Canavero) 신경외과 교수가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머리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카나베로 교수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발표회에서 머리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중국 하얼빈 의과대학과 공동으로 실시한 이번 수술은 기증된 2구의 시신을 사용해 머리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그는 18시간에 걸친 수술로 척추와 신경 조직, 그리고 혈관을 완전히 결합하는 데 성공했다고 언급했다.

그간 머리 이식을 연구해 온 카나베로 교수는 과거에는 원숭이를 이용한 실험에서 머리 이식에 성공한 적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인류가 안고 있는 심각한 질병 문제를 머리 이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암, 신체 마비, 진행성 난치병으로 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 건강한 신체로 머리를 이식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다.

카나베로 교수는 "2017년까지 인체의 머리를 이식하겠다"고 공언해 왔기 때문에 이번 발표는 이를 실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몸을 제공할 기증자를 비롯해 윤리적 문제 등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기술적으로 머리 이식이 가능해졌다는 점은 높이 살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IT 전문 매체 기가진(Gigazine)은 업계 전문가들이 이번 발표내용, 특히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문제를 해결했다는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의구심을 갖는 대표적 요인은 각기 다른 신체의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것이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인간의 척추 안에는 수만 개의 신경섬유가 있어 이 모든 신경을 정확하게 연결하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만일 형태만 연결한다 하더라도 실제로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과거 카나베로 교수가 쥐를 사용해 척추 재연결에 성공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당시에도 회의적 견해를 보였다.

뇌 세포가 장시간의 수술을 견딜 수 없다는 점도 이식 성공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심장이나 간 등의 장기는 기증자의 몸에서 꺼내도 냉각 상태로 일정기간 기능을 손상시키지 않고 보존할 수 있지만 뇌의 경우 혈류가 멈춘 직후부터 파괴가 시작되고 기능을 계속 잃어간다.

자세한 내용이 발표되지 않아 실제 수술방법은 알 수 없으나 어떠한 조치가 있었다 하더라도 18시간에 달하는 수술에 무방비 상태로 뇌가 견딜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아울러 인체의 면역체계 대책도 의문이다. 이번에는 기증된 시신을 사용한 수술이지만 생체 이식은 반드시 면역 관련 문제가 발생한다. 면역 거부반응을 억제하는 약을 투여해 영향을 낮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역시 진정한 의미의‘이식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해외매체 포퓰러 사이언스(Popular Science)는 기자회견을 통해 성과를 발표한 카나베로 교수의 자세를 비판하며 다른 전문가들이 내용을 확인하고 감시할 수 있는 공식적인 논문 형식을 취하지 않아 발표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카나베로 교수는 이번 성과에 대해 어디까지나 "머리 이식을 실현하는 첫 걸음"이라며 앞으로도 연구를 진행해 나갈 의향을 내비쳤다. 또 이번에는 기증자의 사체를 이용한 수술이었지만 앞으로는 뇌사 판정을 받은 생체를 이용한 이식, 궁극적으로 완전한 생체를 이용한 이식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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