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아마존이 자사의 인공지능(AI) 음성비서 서비스 알렉사(Alexa)를 이용할 수 있는 안경형태의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 안경'을 비밀리에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이 구글 글래스 프로젝트의 핵심인물인 바박 파비즈(Babak Parviz)를 2014년에 영입한 이후 안경형 단말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은 그간 무성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가 해당 프로젝트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아마존이 알렉사를 탑재한 스마트 안경을 개발 중이며 조만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 카메라도 디스플레이도 없는 웨어러블

아마존의 스마트 안경 프로젝트는 ‘랩126(Lab126)’이라는 비밀 연구개발 부서에서 추진 중이며 스마트 안경 이외에도 가정용 보안 카메라 시스템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보안카메라 시스템에도 알렉사가 탑재될 전망이며 두 제품 모두 연내에 AI 스피커 ‘아마존 에코(Amazon Echo)’ 시리즈 신제품과 함께 출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마존 스마트 안경의 흥미로운 점은 구글 글래스와는 달리 디스플레이에 정보를 표시하지 않으며 카메라도 탑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구글 글래스가 등장했을 때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문제가 된 것을 감안하여 이 같이 설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의 스마트 안경은 일반 안경과 거의 유사한 형태로 편하게 착용할 수 있다. 특히 안경을 쓴 상태에서 사용자의 요구를 이해하도록 음파가 두개골에 전도돼 직접 전달되는 '골전도 방식(Bone Conduction)'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 앱을 실행하지 않고도 알렉사에게 명령할 수 있다.

◆ 알렉사를 ‘집’에서 ‘밖’으로 이끈 아마존의 야심작

일본 IT 웹사이트 기가진(Gigazine)에 따르면 아마존이 스마트 안경 개발에 착수했다고 처음 보도된 것은 2015년으로 이 때 아마존에서 취득한 특허는 태블릿과 연결하는 디스플레이 단말 기술이었다. 이 기술은 모바일 단말에서 안경으로 영상을 전송하면 투명한 안경 렌즈가 불투명한 디스플레이로 변해 영상을 비추는 형태였다. 파이낸셜 타임즈 보도가 사실이라면 향후 출시 예정인 스마트 안경은 당시 기술과도 전혀 다른 방향의 제품이다.



아마존은 그간 구글과 MS가 사용자들에게 심어놓은 스마트 안경이 곧 카메라라는 인식을 과감히 바꿔 음성인식에 특화된 알렉사의 장기를 극대화했다. 따라서 아마존 스마트 안경은 기존과 같은 증가현실(AR) 단말이 아닌 알렉사를 보다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오디오 지원 단말’으로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아마존 알렉사의 영역을 집에서 외부로 확장시켰다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인공지능 비서가 안경 하나만 쓰면 나를 따라다니며 음악을 들려주고 날씨와 길을 알려주고 일정을 관리해 주는 획기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경형 웨어러블 시장은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IDC 조사에 따르면 올해 안경 형태를 포함한 기타 웨어러블 기기 출하량은 불과 40만대에 그쳐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기기 6740만대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그간 아마존은 스마트폰과 이북 리더기 등 모바일 단말 시장에 여러번 문을 두드렸지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이번 스마트 글라스 프로젝트만은 아마존의 역량을 집결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려를 딛고 구글 글래스와 MS의 홀로렌즈와는 새로운 스마트 안경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