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 부자이자 기부왕과 중국 최고부자이자 기부왕의 승부
‘부자는 좋은 것이지만 중국 최고부자는 행복하지 않아'
'마음의 고통 덜기위해 기부에 앞장설 것' 기부가 힐링인 셈

▲마윈 알리바바 회장(왼쪽)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중국 최고의 부자이자 기부왕인 마윈은 세계 최고부자이자 세계최고 기부왕인 게이츠와 누가 자선사업을 더 잘할지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회장이자 중국 최고부자인 마윈(馬雲·50) 회장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돈 쓰기' 경쟁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게이츠나 마윈이나 돈버는데는 귀재들인지라 돈 벌기 경쟁을 할 것 같은데 돈 쓰기 경쟁을 하겠다니 조금 이상하게 들립니다. 두 사람 모두 엄청난 부자들이기 때문에 돈을 물 쓰듯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쓰겠다고 합니다. 기부와 자선사업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마윈은 최근 미국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빌 게이츠와 누가 더 자선사업을 잘할지 경쟁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마윈이 한 일을 보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윈은 올해 중국의 자선가 순위에서 기부액 1위(경제계 정보 조사기관 후룬연구원)를 기록했습니다. 그는 환경보호 공익신탁기금을 설립하는 등 145억위안(2조5880억여원)을 내놓았습니다.

돈은 벌기보다 쓰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좋은 일에 제대로 써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부자들 가운데 손가락질 당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마윈은 지금까지 돈을 제대로 써온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훨씬 더 잘 쓰겠다고 합니다. 칭찬받을만한 부자입니다.

남을 위해서지만 결국은 자신을 위한 것…최고의 돈쓰는 방법

그런데 마윈이 이렇게 자선사업 더 많이 하겠다는 이유가 흥미롭습니다. 중국 최고의 부자가 된데 따른 ‘고통과 불행'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랍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부자는 좋은 것이지만 중국 최고부자는 (좋은게 아니고) 머리가 아픈 일”이라며 “나는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의 고통을 덜기 위해 기부에 앞장서겠다”고 했습니다.

중국 최고부자가 고통스럽고 불행하다는게(행복하지 않다는게 반드시 불행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사람들로서는 얼핏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그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 속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힘이 들 것입니다.

적당한 부자는 대중의 눈길을 덜 받거나 아예 무관심 속에서 살 수 있지만 한 나라의 최고부자는 다릅니다. 그의 언행은 늘 뉴스가 되고 뭇사람들의 귀과 눈을 잡아끌게 됩니다. 그러니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아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불편한 일이 아닙니다. 불행까지는 아니더라도 행복하지는 않을 상황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지요.

마윈은 “요즘 내가 길거리를 걸어가면 사람들은 날 뭔가 다른 눈으로 쳐다본다. 그저 날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면 좋겠는데”라고 말했습니다. 또 “부자가 되면 돈에 눈독들이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이게 된다”고도 했습니다. 부자가 됨으로써 겪는 불편과 정신적 부담내지 고통을 토로한 것입니다.

그는 이런 마음의 고통을 덜기 위해 기부를 더 하겠다고 합니다. 자선행위로 힐링을 하는 셈입니다. 그렇게 보면 마윈은 정말 돈을 잘 쓰는 사람입니다. 남을 위해서 기부를 하지만 그게 결국은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까요. 다른 사람에게도 좋고 내 마음도 뿌듯하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돈쓰는 방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알리바바는 지난 11일 독신의 날인 광군제(光棍節)를 맞아 10조원의 매출실적을 올리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마윈은 기부활동의 효율성을 두고 깊이 고민하고 있으며 빌 게이츠를 모델로 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마윈이 “이익의 효율적 사회환원을 위해 재단설립을 추진중”, “게이츠의 기부활동이 효율적”이라고 말하며 게이츠를 기부경쟁 대상자로 지목한게 이를 말해줍니다.

널리 알려진대로 빌 게이츠는 지난 2000년 자신과 아내의 이름을 딴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세워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이츠가 기부활동의 모델…'재단설립해 기부효율성 높일 것'

빌 게이츠는 세계 최고부자이자 세계 최고 기부왕입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블룸버그의 ‘세계 200대 억만장자 순위'에 따르면 게이츠의 개인재산은 860억달러(89조6000억여원)으로 세계 1위입니다. 게이츠는 지난해 한해 26억5000만달러 등 지금까지 기부액이 302억달러(33조여원)로 기부 역시 세계최고입니다.

게이츠의 자선사업은 미국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프리카 어린이를 위한 백신개발, 어린이 교육 등 미국 밖 지역에 더 치중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알리바바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당시 산정된 마윈의 지분가치는 195억달러(21조억여원). 상장당시 시가총액 1690억달러였던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지난 12일(미국 뉴욕 현지시간)현재 2850억달러(313조8000억여원)로 증가했습니다. 두달새 주가가 70% 정도 올랐고 마윈의 지분가치도 그 정도 늘어났을테니 이제 그의 재산은 500억달러(55조원)가 넘을 겁니다.

알리바바는 지난 11일 독신자의 날인 ‘광군제(光棍節)'를 맞아 불과 몇시간만에 93억달러(10조여원)이 넘는 엄청난 매출액을 기록했는가 하면, 곧 있을 8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도 무난히 소화될 것으로 보이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마윈의 재산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직 마윈의 재산이 게이츠보다 적고 기부금액도 못미치지만 게이츠와 돈쓰기 경쟁에 나서겠다고 하니 앞으로 그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최고부자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재산은 122억달러(13조여원)입니다. 그리고 이건희 회장의 기부액은 지난해 임직원들과 본인 명의로 1000억여원, 삼성전자 이름으로는 2000억여원 등 모두 3000억여원(3억달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돈이 모두 이건희 회장 개인돈인지, 이건희 회장과 임직원의 돈이 같이 포함된건지, 아니면 전부 회사 돈인데 명의가 이회장 자신과 임직원 명의로 낸 건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습니다. 기부금 전액이 이건희 회장 개인 돈으로 낸건데 임직원과 공동명의로 한 것이라고 좋은 쪽으로 생각해봅니다.

“빌 게이츠와 나의 경쟁은 더 나은 자선 활동을 위해 누가 돈을 더 효과적으로 쓰느냐가 될 것이다”. 벌기 경쟁이 아닌 쓰기, 그것도 다른 사람을 위해 돈을 쓰는 경쟁을 하겠다는 마음이 그저 아름답고 부럽기만 합니다.

마윈의 기부 소식에 국내 네티즌들의 반응은 칭찬 일색입니다. 그 가운데 2개만 옮겨봅니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것 아닙니까', ‘엉뚱한 곳에 돈을 쓰는 한국 기업인들...좀 본받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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