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사받는 중에도 계속해…수법도 갈수록 진화
-약값 비싸질 수 밖에 없어, 소비자 주머니 울궈낸 셈
-최고엘리트이며 수입좋은 의사들, 이렇게까지 돈벌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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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방송화면캡처


의약계의 고질적 비리인 리베이트 사건이 또 터져나왔다. 리베이트 액수는 50억원이 넘어 지난 2008년 12월 불법 리베이트 처벌법규 시행이후 단일업체 적발로는 최대 규모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회사는 '까스활명수', '후시딘'으로 유명한 동화약품.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은 무려 전국 923개 병의원 의사들이다.

리베이트는 자사 의약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주는 검은 금품이다. 정상거래가 아닌 뒷돈이니 그만큼 의약품값이 비쌀 수 밖에 없고 이는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제약사와 의사들이 서로 짜고 환자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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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합동 의약품리베이트수사단(단장 이성희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장)은 전국 923개 병·의원 의사들에게 50억7000만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동화약품과 이 회사 영업본부장 이모(49)씨, 광고대행사 서모(50), 김모(51)씨 등 3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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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동화약품으로부터 각각 300만~300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155명은 의료법 위반혐의로 기소됐고 해외에 나가있는 의사 3명은 기소중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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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2010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자사 제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광고대행사 3곳과 계약을 맺고 거래처 병·의원 의사들에게 자사 의약품 처방대가로 뒷돈을 건네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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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사는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동화약품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8억9800만원 상당의 과징금과 함께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던 기간에도 리베이트를 건네며 의약품 판촉에 열을 올린 것이다. 대담한 것인지 무모한 것인지 알수가 없을 정도다. 도덕성이 마비된 경영행태라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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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제약은 1897년 9월 25일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장수 제약기업이다.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행위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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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제공 수법도 더욱 교묘해졌고 지능적으로 진화됐다. 광고대행사를 중간에 끼워넣어 정상적 광고업무 수행처럼 위장했고, 제공하는 금품도 기존의 현금, 상품권 외에 명품지갑, 의사의 원룸월세 등으로 다양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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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약품은 2010년부터 2011년 중순까지 광고대행사 3개를 통해 의사들에게 설문조사·번역 등을 요청하고 수당을 지급하는 것처럼 가장해 1회당 5만~1100만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등 총 40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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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약품 영업본부는 사전에 리베이트를 건넬 의사와 제품별 리베이트 금액이 적힌 명단을 대행사에 건넸고, 대행사는 영업사원들을 명단에 적힌 의사들에게 보내 형식적인 설문조사지를 제출받고 나서 의사들의 계좌로 돈을 송금해줬다.겉으로는 정상적인 광고업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불법 리베이트 제공을 속이기 위해 ‘잔머리'를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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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약품은 또 의사 이모(54)씨에게 지난 2012년 2월부터 10월까지 9개월간 의약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원룸을 임대해주고 매달 월세 40만원을 대신 내줬다. 자사 의약품을 처방한 의사 29명에게는 81만원 상당의 명품지갑을 선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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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촉 대상 제품은 주로 일반의약품과 달리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고 대중매체 광고가 불가능한 전문의약품(ETC)이었다. 동화약품의 전문의약품 매출액이 연간 800억∼900억인 점을 감안하면 이 가운데 5%가 리베이트 지급에 사용됐고, 이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해당 의약품을 처방받은 환자에게 돌아갔다는게 검찰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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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행위의 가장 큰 잘못은 동화제약에게 있다. 그러나 의사들 책임도 그에 못지않다. 의사들은 우리 사회의 최고 엘리트이자 상류층이며 사회지도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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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최상위 학생들만 의과대학에 진학하는데서 보듯 대한민국에서 제일 머리좋은 사람들이 의사다. 대부분의 경우 돈도 일반인들보다 훨씬 많이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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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계층의 사람들이 환자의 주머니를 터는 행위나 마찬가지인 행위를 하면서까지 돈을 벌어야하는가? 의사로서의 자존심은 어디로 갔나?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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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3개 병원의 의사가 적발됐으니, 또 리베이트 사건이 이번 한번 뿐이 아니라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으니 극히 일부 의사들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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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합동수사단이 설치될만큼 의약계 리베이트 단속이 강화됐는데도 빈번하게 발생하는데는 제재가 너무 가벼운 것도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검찰이 동화약품과 적발된 병의원에 대해 행정처분을 의뢰하면서 법정형이 지나치게 낮다며 법령개정을 건의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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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은 리베이트 제공자와 수수자에게 2년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있다. 솜방망이 처벌이나 마찬가지고 이 때문에 리베이트 제공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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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지적하는 것이지만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범죄,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행위 대해서는 회사와 병원 문을 닫을 수 있는 결과를 불러올 정도로 일벌백계의 무거운 제재를 가해야 한다. 잘못하다 걸리면 망할 수 있게 되는데 작은 뒷돈을 탐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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