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CIA테러용의자 고문보고서'공개…인권국가 맞아

-악행 스스로 밝히고 공개하는 용기와 힘이 미국의저력 아닐까





▲??사진=YTN방송화면 캡처



'항문에 호스꽂아 물 주입하기', ‘머리카락, 수염 등 온몸의 털을 깎고 옷을 벗긴채 저온의 흰색 방에 가두기', 180시간동안 잠 안재우기',‘러시안 룰렛',‘벌레들이 가득한 좁은 방에 가둬놓기',‘성고문 협박'





미국 CIA(중앙정보국)이 테러용의자들에게 가한 고문 종류다. 사람을 가장 고통스럽고 인격을 말살시킬 수 있는 방법이란 방법은 죄다 동원했다. 물고문은 고문 축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 비인간적이고 잔인하다. 고문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 사람이 짐승처럼 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위원장 다이앤 파인스타인)가 CIA가 자행한 고문 실태를 낱낱이 담은 ‘CIA 억류및 심문 프로그램' 보고서를 공개했다. 미국이 시끄러운 것은 당연한 일이고 국제문제로 부각됐다. 당장 중국과 북한이 역공을 취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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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세계의 경찰국가로 통한다.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국제 정치, 경제, 군사, 인권 문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영향력을 미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개입해 상황을 이끌어간다.




인권문제의 경우 중국을 공격하고, 북한을 야만적 반인권국가라고 비난하며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 인물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내용의 유엔결의안 통과를 주도했다.





그런 미국의 체면이 이번 고문보고서 공개로 말이 아니게 됐다. 고문 실태 자체로만 본다면 미국은 인권을 말할 자격이 없다.





그럼에도 미국은 여전히 세계 인권의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역설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힘이 있어서다.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바로 자신들의 치부와 악행을 스스로 파헤치고 공개하며 자성하는 용기와 개선해나가는 자세, 그리고 이런 것을 가능케하는 사회 시스템 때문 아닐까.





그래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고 자유를 넘어 방종으로 보이는 분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굴러가고 있으며 여기서 세계를 움직이는 힘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안타깝게도 그런 용기가 부족하며, 그것을 가능케하는 사회시스템과도 거리가 있다. 문제가 있으면 숨기기 급급하고 핑계대기 바쁘다. 반대편에서는 아예 그런 조사 자체 시도를 못하게 반대한다. 유리한 것은 드러내 자기가 한 것이라고 우기고 나쁜 일은 다른 사람 탓을 하기 일쑤다.





공개된 고문실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의 CIA가 자행한 것으로 2012년 보고서 완성된 것으로 그동안 공개를 미뤄왔는데 다이앤 파인스타인 정보위원회 위원장이 민주당이라는 점에서 공개가 정략적이라는 논란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고문실태 조사가 시작됐고 감추고 싶은 악행들을 세세히 밝혀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원정보위원회는 민주당 의원들로만 구성돼있지 않고 공화당 의원들도 있는데 위원회 차원에서 조사를 했으니 말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통령의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비롯해 우리 정치권의 모습을 미국의 고문실태 보고서 공개 상황에 오버랩해보면 한숨이 나온다.





자기비하 일수도 있지만 미국의 고문실태보고서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들고, 미국의 도덕성과 저력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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