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제대로 쓸줄 아는 부자…세계최고의 기부왕.


-기부는 국가와 재정이 못하는 일을 보완하는 훌륭한 수단


-반부자 정서 완화로 ‘따뜻한 자본주의' 이끄는 요소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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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게티 파리경제대 교수와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부유세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는 소식이 블룸버그 등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논쟁 사실은 피게티 교수가 3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한 경제학회에서 “2~3주전 빌게이츠와 소득불평등 문제를 두고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고 밝힘으로써 알려졌다.




피게티는 그때 빌 게이츠가 ‘나는 당신의 책에 나오는 모든 내용을 좋아하지만 세금을 더 내길 원치 않는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빌 게이츠(왼쪽)와 토마 피게티





피게티와 빌 게이츠의 논쟁은 충분히 있을법한 일이다. 피게티는 ‘21세기 자본'을 통해 소득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짚어 세계 금융및 경제계와 학계의 뜨거운 관심을 모은 좌파 성향의 학자다.





피게티는 자본이익률이 경제성장이나 소득증가율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진행될수록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돈을 많이 가진 사람, 즉 부자가 계속 돈을 더 벌게 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깊어진다는 것이다.





피게티는 그 해결책의 하나로 부자들에게 70~80% 세율의 부유세 부과방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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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빌 게이츠는 878억달러(96조5800억여원)의 재산을 가진 세계최고의 부자다. 세상에 세금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가진게 많은 부자들은 세금에 민감하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물리자는 피게티의 주장에 빌 게이츠가 반대하는 것도 이상할게 없다.





빌 게이츠는 지난해 자신의 블로그에서도 “부에 대한 과세보다 부가 사용되는 목적과 방법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것이 불평등 해소에 더 도움이 된다”며 피게티의 부유세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다른 부자들이라면 몰라도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같은 부자는 ‘세금을 더 내는게 싫다'고 말할 자격이 있다.





그들은 돈을 많이 벌지만(피게티의 말대로 자본소득이 더 클 수도 있다) 버는 것 못지않게 잘 쓰기 때문이다.





빌게이츠는 부동의 세계최고 기부왕이다. 2013년 19억달러, 지난해 26억5000만달러를 내놓아 2년연속 기부 1위에 올랐다. 지금까지 그의 기부금은 302억달러(33조2000억여원)에 이른다. 재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돈이다.





기부금을 미국과 미국민들에게만 쓰지도 않는다. 오히려 아프리카의 질병퇴치와 어린이 교육에 더 열중한다.





워런 버핏의 재산은 670억달러(73조7000억여원)에 달한다. 그는 지난해 26억3000만달러를 기부해 기부순위 2위로 기록됐다. 지금까지 그가 내놓은 기부금은 195억달러(21조6700억여원)에 달한다.





기부는 국가가, 재정이 하지 못하는 복지의 훌륭한 보완수단이 된다. 경우에따라서는 국가 재정보다도 훨씬 더 효율적이기도 하다. 운영주체의 주인의식이 국가예산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예산은 엉뚱한 곳으로 새나가는 일이 많지만 기부금은 그런 경우가 덜하다.





빌 게이츠가 ‘부의 사용 용도와 목적에 따라 세금을 매기자'고 말하는 것도 이런 사실들을 염두에 둔 것으로 여겨진다.





반대로 피게티 교수가 “빌 게이츠를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빌 게이츠가 때론 미국정부보다 더 효율적이지만 항상 자신이 더 효율적이라고 믿는 것 같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의 기본원리는 자유경쟁이다. 경쟁은 창의와 혁신을 낳는다. 창의와 혁신은 개인에게 부를 가져다주고 사회를 발전시킨다. 부는 개개인의 성취동기를 자극한다.





그러나 경쟁은 낙오자를 낳고 필연적으로 양극화를 가져온다. 이는 ‘가진 자'들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한다. 자본주의의 단점이다.





기부, 특히 부자들의 기부는 이런 폐해를 보완해주는 유용한 수단이다. 개인의 성취동기를 자극해 사회발전을 꾀하면서도 반자본 정서, 반부자 정서를 희석시켜 체제안정속의 진보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은 부자과세에 마냥 반대하는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상속세 인하에 반대하며 부자들은 상속세를 더 내야한다고 주장한다. 부의 대물림으로 노력없는 부자가 되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자식들에게 수백만달러 정도만 물려주겠다고 공언했다.





별다른 노력없이 물려받은 재물과 경영권으로 위세를 부리는 우리 재벌 오너일가들과는 의식과 행동 자체가 다르다.





부자들이 모두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같다면 자본주의는 한결 따뜻한 모습이었을 것이고 피게티의 저서가 나올 일도, 빌 게이츠와 피게티가 논쟁을 벌이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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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부자들, 특히 재벌 오너일가들도 빌 게이츠처럼 당당하게 ‘나는 세금을 더 내기 싫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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