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보좌관 출신 비서관·행정관 등을 지칭하는 ‘십상시' 논란은 다시 전면으로 돌출했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음 행정관이 김 대표 등을 지목하면서 “내가 꼭 밝힌다.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행정관이 집권여당 대표 등을 배후로 단정하고 ‘발표' 운운한 것은 기강해이를 넘어, 음 행정관이 정보를 수집하고, 관여한 듯한 뉘앙스를 풍길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문제다. 음 행정관은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인사 중 한명이다.
음 행정관은 권영세 현 주중대사,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등 친박 의원 보좌관을 지낸 데 이어 2012년 대선 때 캠프 공보단장이던 이 의원 밑에서 공보기획팀장으로 일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에 들어가 정무·홍보수석을 지낸 이 의원을 보좌했으며, 이 의원이 청와대를 떠난 후에는 홍보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활동했다.
음 행정관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공직자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에 책임을 진다며 이날 사표를 냈다. 민경욱 대변인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곧 사표를 수리하고 면직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항명 사태'를 일으킨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면직처리한 지 불과 나흘 만이어서 청와대 기강 붕괴가 극에 달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십상시들을 둘러싼 그간 루머들이 수면 위로 불거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십상시 중 한 인사는 문건 유출 주체로 ‘7인회'를 조작한 뒤 언론에 흘렸으며, 야권 정치인에게 불리한 뉴스를 언론에 알려 문건파동 정국 초점을 흐리려 했다. 청와대 문건의 사실 여부를 떠나, 비선 국정개입 의혹이 문건에 제기된 것 자체가 이들의 비정상적 행태에 대한 방증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선은 ‘문고리 3인방'으로 쏠린다. 2012년 대선 때 ‘십상시'들을 발탁하고, 이들을 청와대로 끌어왔기 때문이다. 십상시들이 직위 이상 힘을 갖게 된 것도 결국 3인방을 등에 업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음 행정관은 3인방 중 한 사람과 대학동기로 매우 가까운 사이다. 근본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는 비판도 있다. 박 대통령이 공식 라인보다 ‘3인방'을 신뢰하면서, 십상시들도 지휘·계통을 뛰어넘는 권력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