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기강해이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선 국정개입 의혹 문건에서 ‘십상시'로 지목된 청와대 음종환 선임행정관(46·2급)이 술자리에서 문건 유출 배후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거론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다. 간신히 사그라들던 비선 논란이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는 데다, 청와대 기강 문제가 새삼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음 행정관은 14일 오후 사표를 제출했고, 청와대는 즉각 수리의사를 밝혔다. 파문 차단을 위한 경질인사로 해석된다.


친박 보좌관 출신 비서관·행정관 등을 지칭하는 ‘십상시' 논란은 다시 전면으로 돌출했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음 행정관이 김 대표 등을 지목하면서 “내가 꼭 밝힌다.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행정관이 집권여당 대표 등을 배후로 단정하고 ‘발표' 운운한 것은 기강해이를 넘어, 음 행정관이 정보를 수집하고, 관여한 듯한 뉘앙스를 풍길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문제다. 음 행정관은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인사 중 한명이다.



음 행정관은 권영세 현 주중대사,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등 친박 의원 보좌관을 지낸 데 이어 2012년 대선 때 캠프 공보단장이던 이 의원 밑에서 공보기획팀장으로 일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에 들어가 정무·홍보수석을 지낸 이 의원을 보좌했으며, 이 의원이 청와대를 떠난 후에는 홍보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활동했다.



음 행정관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공직자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에 책임을 진다며 이날 사표를 냈다. 민경욱 대변인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곧 사표를 수리하고 면직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항명 사태'를 일으킨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면직처리한 지 불과 나흘 만이어서 청와대 기강 붕괴가 극에 달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십상시들을 둘러싼 그간 루머들이 수면 위로 불거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십상시 중 한 인사는 문건 유출 주체로 ‘7인회'를 조작한 뒤 언론에 흘렸으며, 야권 정치인에게 불리한 뉴스를 언론에 알려 문건파동 정국 초점을 흐리려 했다. 청와대 문건의 사실 여부를 떠나, 비선 국정개입 의혹이 문건에 제기된 것 자체가 이들의 비정상적 행태에 대한 방증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선은 ‘문고리 3인방'으로 쏠린다. 2012년 대선 때 ‘십상시'들을 발탁하고, 이들을 청와대로 끌어왔기 때문이다. 십상시들이 직위 이상 힘을 갖게 된 것도 결국 3인방을 등에 업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음 행정관은 3인방 중 한 사람과 대학동기로 매우 가까운 사이다. 근본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는 비판도 있다. 박 대통령이 공식 라인보다 ‘3인방'을 신뢰하면서, 십상시들도 지휘·계통을 뛰어넘는 권력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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