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 입장에서 10여일만에 ‘소 닭보듯' 자세로 돌아서


-‘가석방 말한 적 없고 기업인에게 기회주자고 했을뿐‘ 해명


-최태원 회장 가석방 건의는 정치권의 ‘꽃놀이패' 분석도


-‘되면 내 공(功), 안돼도 노력했다 생색', 전혀 손해없는 사안





기업인 가석방, 구체적으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가석방'과 관련한 정치권의 행보, 특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언행은 이해할 수 없다. 무지, 무책임, 정치적 잔꾀 중의 하나이거나 더 나쁘게 말하면 전부다 해당된다고 할 수있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가석방은 80%의 형기를 채워야 한다는 법무부 준칙이 있다는데 이걸 깨기는 어렵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적극적이었던 김대표가 ‘소 닭 보듯'한 자세로 돌변


한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달 24일 기업인 가석방을 청와대에 건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태원 회장 가석방 문제는 지난해 가을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최경환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으로 떠올랐다가 가라앉은 사안인데 그걸 다시 여론 앞에 꺼내 놓은 게 바로 김무성 대표다.





김 대표는 지난달 24일 경제활성화를 위한 기업인 가석방 필요성을 밝히고 나섰다. 김 대표가 불씨를 던지자 새누리당은 말할 것도 없고 야당의 박지원 의원도 거들고 나섰다. 기업인이라고 특혜도 안되지만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된다는 논리도 나왔다.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자 새누리당은 생계범 가석방 카드를 뽑아들며 ‘물타기' 움직임까지 보였다.





김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단과의 송년오찬에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부 신년인사회에서도 기업인 가석방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이쯤되면 기업인 가석방은 김무성 대표의 ‘소신'이라고 할만하다. 그런 김 대표가 10여일만에 입장을 싹 바꾼 것이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나는 기업인 가석방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고 기업인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지만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변명으로 옹색하기 짝이 없다.







김 대표의 첫 발언이후 ‘기업인 가석방=최태원 회장 가석방'으로 인식됐고 정치권과 언론에서 이에 대한 논란이 봇물을 이뤘다. 그런데도 김 대표가 이를 알지 못했다면 상황판단 능력과 정치적 감각이 형편없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김 대표가 ‘법무부의 형기 80% 준칙'을 모르고 ‘기업인에게 기회를 주자'고 했다면 무지를 드러낸 것이다. 전후좌우 사정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말부터 꺼낸 셈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런 사정을 알고도, 다시말해 가석방이 어렵다는 점을 알고도 그랬다면 정치적 잔꾀를 부린 것이다. 어차피 안될 일인데도 가석방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해당기업과 재계에 체면을 세우려 한 것 아닌가?





김 대표가 총대를 메고 박지원 의원이 맞장구치며 허창수 전경련회장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가세해 분위기를 띄었지만 정작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가석방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 한편으로는 당혹스러워한 것도 사실이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항공기 회항 사건으로 재벌총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인 가석방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최태원 회장 가석방 문제를 놓고 ‘꽃놀이패'를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가석방이 이뤄지면 자신들의 공으로 돌릴 수 있고, 가석방이 안되더라도 자신들이 애를 썼다는 생색을 낼 수 있어 어느 경우에도 전혀 손해보지 않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정치적 잔꾀라는 비판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김 대표는 최태원 회장의 조기 가석방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김 대표가 법무부의 형기 80% 준칙을 새삼 언급하고 그걸 깨기는 어렵다고 밝힘으로써 이제 ‘형기 80%'가 넘어야할 벽이 된 느낌이다. 김대표는 자신이 최태원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는 점을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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