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경제회복, 글로벌 금융시장 유동성 확대


-우리 수출에 호재, 증시 자금유입도 늘어나


-유로화가치 하락, 글로벌 환율전쟁 우려도 있어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양적완화는 글로벌 경제및 금융시장에 ‘양날의 칼'로 작용하겠지만 부정적 요인보다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경제에의 영향도 마찬가지다.





ECB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부에서 통화정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오는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19개월간 국채매입 등을 통해 매달 600억유로, 총 1조1400억유로(1435조여원)의 양적완화(QE)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QE규모는 당초 시장의 예상치 5000D억~6000억유로의 두배에 달하는 것이다. ECB의 QE는 두말할 것도 없이 경기부양을 위한 것이다.





ECB의 대규모 국채매입을 통한 경기부양 방식은 이번이 처음이다. EU의 맹주격인 독일이 자국의 부담증가 때문에 긴축재정과 구조조정 등을 우선하며 국채매입 방식에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독일은 아직도 대규모 국채매입 단행에 떨떠름한 입장이다.





그런데도 이번 조치를 단행한 것은 그만큼 유로존의 경기상황이 좋지 않다는 반증이다.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은 제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달엔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종전방식으로는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없으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은 ECB의 대규모 QE를 반기고 있다. 얼어붙은 유로존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지금 0~0.1% 수준인 유로존 분기 성장률이 0.3% 내외로 상승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돈이 풀리면 금융시장이 활기를 띠게 마련이다.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따라 유럽 각국의 증시도 상승세를 타고있다.





ECB의 양적완화는 우리경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유로존 경기가 살아나면 우리나라의 유럽수출이 늘어난다. 유럽은 중국에 이어 우리기업의 수출이 두 번째로 많은 곳이어서 국내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유로화의 국내 금융시장 유입도 기대된다. 국채매입으로 풀린 돈이 유럽에서만 도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도 투자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ECB가 지난 2011년과 2012년 두차례에 걸쳐 1%대의 저금리로 은행들에게 3년간 돈을 빌려준 LTRO[Long Term Refinancing Operation,장기대출프로그램)를 시행했을 때도 유럽자금의 국내증시 유입이 일어났다.





유럽이 양적완화를 하는 19개월동안 우리나라에는 총 28조~40조원 가량의 유럽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성훈 부연구위원은 "전세계 GDP(국내총생산)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인 점을 감안하면 매달 ECB가 푸는 돈 가운데 약 1조5000억원이 국채 등의 형태로 우리나라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경제가 세계경제에 차지하는 비중만큼 유럽자금이 유입된다면 월간 2조원, 총 40조원이 우리나라로 들어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중단에 따른 미국자금의 국내유입 둔화 내지 유출영향을 상쇄해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ECB의 대규모 QE에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 돈이 풀리면 유로화의 가치는 하락(환율상승)하게 되고 유럽 기업의 수출경쟁력은 높아진다.





이에 맞서 다른 나라들도 자국통화가치의 하락에 앞다퉈 나서게 돼 글로벌 환율전쟁이 벌어지고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런 조짐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ECB의 QE발표 직후 덴마크중앙은행은 예금금리를 -0.2%에서 -0.35%로 15bp 인하했으며 영국 영란은행(BOE)은 내년까지 금리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10여일전 스위스중앙은행의 최저환율제 폐지와 금리인하도 ECB이 양적완화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였다.





아시아 국가들도 마찬가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도와 터키는 이미 금리를 내렸으며 일본과 중국도 ECB 양적완화에 촉각을 세운 모습이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일본 중앙은행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추가부양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금리인하에 올들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늦춰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환율경쟁 심화는 단기적으로 우리의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미 일본의 양적완화에 따른 엔화가치 하락으로 실적부진을 경험한 우리기업들이 더 고전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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