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송협 편집국장] 결국 ‘민란(民亂)’의 불씨는 당겨지고 말았습니다. 국정을 어지럽히고 국민을 기만한 얼치기 대통령과 구렁이처럼 똬리를 틀고 앉아 국정을 쥐고 흔들던‘간신’과 최순실을 향한 국민들의 거센 민심은 마치 들불과 같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수학여행 중 차디찬 바다 속에 수장된 생떼 같은 자식들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을 향해 ‘시체팔이’라 외치며 경멸했던 정권, 쇠뭉치 보다 묵직한 살수를 맞고 사망한 백남기 어르신의 죽음을 단순 병사라며 희롱하는 정권의 입맛을 맞추던 이 간신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말도 안되는 ‘안보’를 강조하며 국민 합의 없는 ‘사드’를 배치한 것을 놓고 ‘반대’를 외치고 ‘정의’를 운운하면 ‘종북’ ‘빨갱이’로 치부했던 이 시대역행 정권의 현실은 그야말로 ‘부정과 부패’ 그리고 ‘탐욕’에서 비롯됐음을 이제 퍼즐조각처럼 맞춰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집권 내내 끊이지 않던 ‘종북놀이’는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희대의 ‘비선실세(秘線實勢)’ 최순실과 권신(權臣)없이 밥숟가락 드는 법조차 모르는 칠푼이 공주라는 것을 말입니다.

국정농단 역사는 흐른다

국정농단의 주역이 만들어 낸 기형적 대한민국의 현실을?바라보는?국민들의 가슴은 먹먹하고 좌절감만 느껴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하나로 귀결됐습니다. 돈, 권력, 그리고 염치없는 모녀의 탐욕 말입니다.

그동안 얼마나 즐겁고 행복했을까요? 절대권력 위에 군림하면서 내려다본 대한민국은 어쩌면 아첨 좋아하는 대통령과 그 대통령을 등에 짊어진 ‘실세’의 놀이터임에 분명했을 것입니다.

침체된 경제 탓에 국민들은 타들어가는 가슴을 부여잡고 탄식을 토해낼 때 권력에 빌 붙어 기생하는 장사치집단(전경련)을 호령하며 자신의 몸집을 키워 줄 목적도 불분명한 재단, 그 재단에 맹목적인 충성과 함께 자금을 끌어다 바친 장사치들을 바라보며 흐뭇해했을 최순실을 생각하면 분통이 치밀어 오릅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조선의 역사 중 가장 포악했던 군왕 연산군(燕山君)을 기억하실 겁니다.

주색잡기에 정사는 뒷전인 왕의 폐단을 지적하는 신하들을 ‘능상(凌上)’의 죄를 씌워 죽이고 오직 간신의 간언에만 귀를 귀울여 끝내 왕좌에서 쫓겨난 조선조(朝鮮朝) 최악의 왕 연산군의 곁에도 ‘비선실세(秘線實勢)’가 존재했습니다.

연산군의 총애를 앞세워 국정을 농단한 ‘장녹수(張綠水)’입니다. 그녀는 임금의 권세를 믿고 재물을 탐하고 자신의 정적을 죽이는 것도 모자라 자신에게 아첨하는 간신들을 위해 불법적인 ‘매관매직(賣官賣職)’을 일삼던 조선 최대 ‘비선실세’였습니다.

궁중에 ‘흥청(興淸 )’을 만들어 전국의 모든 여인들을 기녀로 둔갑시켜 중심 잃고 헤매는 왕에게 바치는 엽색도 마다않던 장녹수를 보면 오늘 날 대한민국 국정농단 중심에 선 최순실과 오버랩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국민들은 조선시대 연산군을 통해 종묘사직(宗廟社稷)을 쥐고 흔든 현대판 장녹수 최순실에 대한 처벌과 이 괴물의 시나리오대로 기형적 국정을 운영한 박근혜 대통령의 탁핵과 하야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찬바람 가득한 청계천 광장에서 탄핵과 하야를 외치는 국민들 힘들게 하지 마시고 이제 스스로 권좌에서 내려와 처음이자 마지막 미덕을 보여줄 수 있는 용단이 필요할 때 입니다.?더이상 최순실의 아바타 대통령을 목숨 바쳐 지켜 줄 간신들도 입을 꼭 다물고 제 살길 찾느라 바빠 보입니다.

아울러 연산군을 앞세워 온갖 악행과 부정을 일삼다 성난 민심에 권좌에서 쫓겨난 폐주(廢主)연산과 그의 애첩 장녹수의 비참한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논어 ‘안연편’에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정부는 존립할 수 없고 결국 망할 수밖에 없다”는 공자(孔子)의 말씀입니다.

정직하지 못한 정부는 무능한 정부 보다 더 무섭습니다. 하지만 국민을 속이고 기만하는 정직하지 못한 정부는 절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합니다. 언젠가 국민들의 심판이 거세지면 그 정부는 모래성과 같이 쉽게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이미지=영화 '왕의남자' 제공> 상기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을 제외한 연산군과 장녹수 이미지는 본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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