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송협 편집국장] "욕심이 지나치면 스스로 화를 부르게 된다고 합니다. ‘과욕필망(過慾必亡)’이라고 했던가요?"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희대의 사기꾼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청담동 백만장자’ ‘청담동 주식부자’ ‘투자의 신’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어 다녔던 주식전문가 이희진, 구속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종편 예능프로그램에서 갖은 허세를 부렸던 그는 결국 ‘사기꾼’에 불과했습니다.

어지간한 부자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는 청담동에서 풀장이 옵션으로 달린 저택에 살며 수십억에 달하는 명품 외제차를 뽐내던 이 사기꾼의 세치 혀는 탐욕과 과욕의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환상 그 자체가 아니었는지 모릅니다. 자신이 파멸의 길로 접어드는 과정인지도 모르면서 말입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새삼스럽기만 합니다. 술집 웨이터부터 온갖 궂은일은 다 했다던 이 흙수저의 성공스토리를 마치 신화처럼 맹신하며 이희진에게 자신의 재산을 맡겼던 많은 사람들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에 빠졌습니다.

"여행 갔다올테니 집 좀 잘 봐달라 부탁했더니 집안 살림 다 들고 튄 격이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과 다름없다 할 수 있지요."

직장인부터 개인사업자, 심지어 하루종일 방안에서 주식종목만 바라보고 있는 개미투자자들이 자신의 퇴직금과 아끼고 아껴 모은 종자돈, 여기에 대출 받은 돈을 이희진이라는 사기꾼에게 덥석 쥐어줬다고 합니다. 한치의 의심도 없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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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혜성처럼 나타난 주식전문가, 유명 주식전문 방송을 시작으로 종편 예능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며 “나는 이렇게 수천억원을 벌었다”며 허세를 부리고 나선 올해 서른 한 살짜리

백만장자를 지켜보는 개미들, 일확천금과 한탕주의에 빠진 이 개미들에게는 선망의 대상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방송과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비춰진 그의 풀장이 달린 고급 저택과 30억원을 호가하는 이탈리아제 승용차 부가티와 슈퍼카, 여기에 막대한 재물을 가진 젊은 백만장자에게 어울리는 유명인 출신 여자친구라는 옵션을 보면서 자신도 이희진과 같은 꿈같은 인생이 펼쳐질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에 젖었겠지요.

이 모든 것이 허상이며 한낱 개미들의 푼돈을 긁어내는 쌍끌이 어망인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말입니다. 검증되지도 않은 ‘성장 가능성 높은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달콤한 속삭임과 각종 방송 출연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이 사기꾼에게 덜미가 잡힌 개미들의 최후는 결국 ‘돈’에 환장한 미친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까요?

‘청담동 백만장자’ 이희진은 금융투자업 인가 없이 투자매매회사를 설립해 1670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매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와 비상장 주식에 대한 성장 가능성을 방송에서 그럴싸하게 포장해 주식을 매각해 150억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검찰은 그가 방송과 SNS에서 과시하던 집과 슈퍼카 등 재산에 대해 압류한다는 방침입니다. 이것으로 이희진의 사기극은 일단락됐다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그가 숨겨놓은 막대한 현금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합니다.

막대한 수임료를 지불하고 빵빵한 로펌을 준비하겠지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죗값을 치뤘다며 조용히 세상 속으로 복귀할 것입니다. 이날을 위해 자신이 과거 일확천금을 노리던 얼치기 개미들의 뒷통수를 치고 뜯어낸 막대한 현금을 바라보며 웃는 그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피해자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표현이지만, 피땀 흘려 노력한 대가 보다 한탕을 노리며 졸지에 부자(졸부)가 되려고 검증되지도 않은 껍데기만 화려한 이 사기꾼에게?비싼 수강료 주고 인생을 배웠다고 생각하십시오.

차라리 천하의 사기꾼을 주식전문가라며 방송에 출연시키고 인지도를 키운 증권 전문 방송사와 벼락부자를 신화처럼 포장하며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한 종편 방송사들에게 그 분노의 화살을 쏘아 올리세요. 그럼 조금이나마 분에 넘쳤던 자신의 ‘탐욕’의 결과를 조금은 달랠 수 있지 않을까요?

'땀 흘려 노력하면 그 과정은 입에 쓰겠지만 그 결과는 달콤한 법'입니다. 일확천금, 한탕주의?보다 스스로 노력해서 돈 버세요. 답답한 방안에 앉아 얼마 안되는 투자 해놓고 뻥튀기 되나 하루종일 증권사 HTS(홈트레이딩 시스템)그만 노려보시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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