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장난 같은 준전세, 전세값 상승 ‘제동’

[데일리포스트=송협 기자]?기형적 전월세 시장 안정화를 위해?정부가 제시한 말 장난 같은 주택용어가 있습니다. 개념도 애매모호한 준전세와 준월세입니다. 이놈들은 반전세와 반월세를 조금 순화시켜 나온 듯한 명사입니다.

아무튼 최근 정부의 이 모호한 용어의 준전세와 준월세가 약발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개발한 ‘준전세’는 보증금이 240개월치 월세를 초과하면 해당되며 ‘준월세’는 12~240개월치 사이를 의미합니다.

아무튼 최근 4년간 준전세가 대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준전세 가격이 무려 80% 가까이 폭등하면서 거침없는 행보를 지속했던 전세가격을 소폭 끌어 내렸기 때문입니다.

전세가격의 진격에 찬물을 끼얹힌 것은 준전세 여파도 있지만 당초 우려했던 봄 이사시즌에도 전세수요 이동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가격 제동의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봄 이사시즌과 새학기를 맞아 전세수요의 대이동을 우려했던 것과 달리 수도권 전세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기존 전세입자들의 재계약과 준전세 거래가 증가한 반면 전세 수요가 줄어든 영향 때문인데 특히 전세에 가까운 월세, 즉 ‘준전세’ 수요가 급증한 것도 전세가격 하향세를 부채질 했습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가운데 준전세가 아닌 순수 전세거래는 지난 2014년 2월 75%를 기록했지만 2년이 지난 현재 62%로 감소한 반면 전세에 가까운 준전세는 종전 8%에서 12%로 오른 20%를 기록하며 기존 순수 전세시장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순수 전세시장을 타격하고 나선 준전세의 역공은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꾀하고 나선 집주인과 학군과 생활편의 등을 고려한 기존 세입자가 매물 확보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집값 하락과 대출 부담을 느낀 집주인은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노리는 반면 지속된 전셋값 상승세와 물량 물량 부족을 고민하고 있는 세입자 입장에서 볼 때 월세 같은 준전세가 오히려 부담을 다소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개포동 A 아파트 전세세입자 윤모(37)씨는 “준전세 제안을 집주인이 먼저 제한했다”면서 “아이들 학교도 그렇고 직장 등 이것저것 따지다 보니 오히려 마음 편한 쪽을 택했다. 이사해봤자 지금 전세 보증금으로 이만한 편의성을 갖춘 지역으로 이주도 어렵기 때문에…”라고 말 끝을 흐렸습니다.

윤씨처럼 전세입자들의 준전세 또는 준월세로 전향하는 수요가 늘면서 서울과 수도권 전세가격은 내리거나 오르더라도 제한적인 규모로 그치고 있습니다.

3월 넷째 주 서울지역과 경기 인천지역 아파트 전셋값은 각각 0.03%, 0.02%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고 신도시는 -0.01%대 약세를 보였습니다.

물론 전세매물 부족과 가격 상승에 따른 심리부담도 작용됐지만 신규 아파트 입주에 따른 수요 분산과 전세계약 만료 시점에 일부 전세매물이 저렴하게 나온 것도 전세가격 오름세를 제어했다고 볼수 있습니다.

실제 이를 방증하듯 강남과 서초, 송파 등 강남3구의 전세시장이 가격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강남 전세가격은 현재 -0.11%를 나타냈고 뒤를 이어 서초 -0.07%, 송파 -0.04% 하락했습니다.

강남의 경우 개포동 주공1단지와 도곡동 역삼럭키 아파트 전세가격이 1000만원부터 5000만원까지 내려갔습니다.

부동산 114 김은선 책임연구원은 “전세시장은 당분간 상승폭이 제한될 것”이라며 “전세에 준하는 월세거래가 이어지면서 전셋값 상승은 일단 진정세로 유지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다만 재건축 이주지역과 신규공급에 갈증이 높은 지역의 신규아파트, 도심 역세권을 중심으로 임차수요가 늘어나 국지적인 가격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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