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 지키는 ‘백의종군’과 밥 줄 찾는 ‘철새’

[데일리포스트=송협 기자] 4.13 총선이 바로 코 앞까지 다가왔지만 총선에 나설 정당들의 분위기는 어수선하기만 합니다.

공천 결과를 놓고 여야 가릴 것 없이 곳곳에서 파열음이 심화되면서 공천에 탈락한 일부 의원들은 그간 자신이 몸담았던 당을 향해 거친 독설을 퍼부어대고 탈당을 선언해 경쟁 당으로 발길을 옮기거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등 제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천에서 배제된 현역 의원들의 반응은 일단 강한 불만과 함께 재심 청구부터 하고 나섭니다. 자신의 대해 다시 재고해 달라 떼를 쓰다 이 마저도 안통하면 적(籍)을 뒀던 당의 문짝을 걷어차고 뛰쳐나오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어렵게 얻어낸 당적을 헌신짝처럼 내다버리고 짐을 꾸린 무늬만 어른인 이 철없는 의원들의 탈당의 변은 참으로 옹색하다 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억울한 면면도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치적도 있고 당을 위해 헌신했다 자부하는 의원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은 영혼까지 당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했다 성토하면서도 공천에서 탈락한 이유로 쉽게 당적을 버리고 경쟁 당적을 거머쥔 일부 의원들을 보면 연민 보다 분노를 표하는 국민이 태반입니다.

공천에서 탈락했다며 마치 메뚜기와 철새마냥 남의 당을 기웃거리거나 어제까지 동지였던 자신의 당을 향해 거친 비난의 화살을 날리는 몰상식 정치인들이 있는 반면 공천 결과를 겸허하게 수긍하고 자신의 당을 위해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나선 개념 가득한 참 정치인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강기정 의원(광주 북구 갑), 정청래 의원(서울 마포구을), 송호창 의원(경기 의왕시 과천시), 임수경 의원(비례대표), 이미경 의원(서울 은평구갑), 김광진 의원(비례대표)을 꼽을 수 있습니다.

암울했던 80년대 광주지역 민주화 운동의 구심점이던 강기정 의원과 새누리당과 안철수의 국민의당에서 저격공천 표적이 될 만큼 지지기반이 탄탄했던 정청래 의원, 5선 중진에도 몸을 아끼지 않던 이미경 의원과 흙탕물 같은 정치 현실에서 상처를 받으면서도 정도정치 실현을 꿈꿔왔던 임수경 의원입니다.

사진에는 없지만 ?필리버스터 1호 청년 비례대표 김광진 의원, 그리고 안철수의 끊임없는 러브콜에도 ‘백의종군’을 외치고 당을 지키고 나선 인권변호사 출신 송호창 의원을 보며 진흙탕 정치판의 숨겨진 ‘옥’을 보는 듯 합니다.

6명의 의원들의 공통점을 굳이 꼽으라면 단단한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출마를 하면 당선 가능성이 높지만 당의 결정에 따라 출마의 기회를 잃고서도 당적을 옮긴다든가 당을 향해 독설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백의종군’ 선언과 함께 총선 승리의 자양분이 되기를 자청하고 나서 국민들의 찬사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친노 패권주의’ ‘낡은 운동권의 묵은 정치’를 운운하며 터무니없는 트집과 함께 당권을 흔든 것도 모자라 새 정치를 펼치겠다며 국민의당 문전을 서성거리는 일부 철새 정치인들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당 대통령의 탄핵을 적극 주도했던 국민의당 김영환 의원(경기 안산시상록구을)을 비롯해 문병호 의원(인천 부평갑), 낙천을 핑계 삼아 국민의당 밥그릇에 수저를 얹었지만 그마저도 탈락된 진정희 의원(전북 익산), 부좌현 의원(경기 안산시단원구을), 여기자 성희롱 사건의 주역인 임내현 의원(광주 북구을)과 정호준 의원(서울 중구)은 이번 공천결과가 보여준 ‘철새’의 전형이다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더민주당으로부터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업하는데 절대적인 공이 높은 김한길 의원(서울 광진구)과 박지원 의원(전남 목포시) 그리고 정청래 의원 컷오프의 실제 원인인 주승용 의원(전남 여수시을)은 굳이 기술을 하지 않더라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이처럼 여야 정치인들이 보여준 공천 과정의 행보는 국민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공천 결과를 놓고 자행되는 철없는 언행에 이들이 과연 국민과 국정을 운영할 자격을 갖췄는지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그저 공천에서 탈락됐기에 자신을 품어주던 당을 향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재심을 요구했다가 안되면 당적을 버리고 또 다른 당적을 취하는 이들은 분명 메뚜기고 철새가 분명합니다. 이 철새 행보의 정치인을 신뢰하거나 표를 찍어 줄 국민은 세상 천지에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당이 자신에게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겸허한 자세로 수용하고 국회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할 각오를 보인 옥과 같은 정치인은 다음 총선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이에 반해 낙천됐다며 당을 헐뜯고 당적을 옮긴 철새 정치인은 현재는 물론 미래 역시 그리 밝아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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