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동생이 형을 전 방위로 옥죄어 오고 있다.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반년을 넘기고서야 종식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 일본에서 열린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또 다시 승기를 거머쥐면서 한일 양국에서 ‘원톱’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반면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주총 2연패로 수세에 몰린 모양새다. 설상가상으로 버팀목이었던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까지 49년 만에 롯데제과 이사직에서 해임됨으로서 연일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오는 6월 정기 주총에서 동일 안건을 재상정하겠다며 한동안 분쟁을 끌고 갈 태세지만 당장 이달 예정돼 있는 ‘성년후견인’ 심리 방어가 더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에 대한 법원 판단에 따라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종식되거나 신 전 부회장의 반격이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


8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지난 7일 열린 이사회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김용수 롯데제과 대표? ▲황각규 롯데그룹정책본부 실장 ▲민영기 롯데제과본부장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결의 사안은 오는 25일 열릴 예정인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된다. 신동빈 회장과 김용수 대표는 재선임이며, 황각규 실장과 민명기 본부장은 신규선임이다.?롯데제과 설립이후 지금까지 등기이사직을 유지해온 신격호 총괄회장은 사임될 예정이다.


재신임되지 않는 이유도 결국 법정에서 진행 중인 성년후견인 지정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롯데제과 측도 “신격호 총괄회장은 고령으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렵다고 판단돼 임기 만료에 따른 재선임하지 않기로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신 총괄회장은 몇 년 전부터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하나둘씩 발을 뺐다. 2014년 3월에는 로지스틱스와 롯데리아 등기이사직을 내눴고, 지난해 3월 롯데상사, 이어 4월 대홍기획의 등기이사에서도 사임했다.


후계자 쟁탈전이 본격 시작된 7월 28일 신동빈 회장이 신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시키면서 롯데홀딩스 이사 자리도 내줘야 했다. 이어 31일에는 일본 롯데상사, 롯데물산 등 5개 계열사를 비롯해 호텔롯데의 지분 72.65%를 보유한 일본 계열사 12개 L투자회사 대표에서도 물러났다.


특히 롯데제과 등기이사에서 신 총괄회장이 해임된 것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일본롯데와는 달리 지주회사가 부재한 한국롯데에서 실질적으로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곳이 호텔롯데와 더불어 롯데제과이기 때문이다. 롯데제과는 그룹의 모태이니만큼 회사의 정체성과 역사를 대변하는 상징성까지 지니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형과 동생은 롯데제과 지분 매입으로 치열한 기싸움을 해왔다. 롯데제과 지분을 늘리게 되면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 핵심 계열사들을 지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신동빈, 일본은 신동주라는 암묵적인 승계 룰이 그동안 업계의 정설로 통했지만 일각에서 승계 경쟁설을 제기한 이유는 신 전 부회장이 롯데제과 지분을 끊임없이 매입해왔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제과 등기이사직에서 제외되면 ▲롯데쇼핑 ▲롯데호텔 ▲롯데부산호텔 ▲롯데자이언츠 ▲롯데건설 ▲롯데알미늄 등 6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남게 된다. 6곳의 등기이사직도 임기 만료가 될 경우 재선임이 될지는 미지수다.


신 전 부회장으로서는 당장 예정돼 있는 법원의 성년후견인 판결에 모든 전력을 쏟아야 한다. 여동생인 신정숙씨는 지난해 12월 “신 총괄회장은 정상적인 의사 결정이 힘든 상황”이라며 서울가정법원에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했다.


만약 법원에서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성년후견인을 지정한다면 신 전 부회장은 재기할 가능성 자체가 없어진다. 경영권 분쟁 내내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의 뜻’을 최우선시 해오며 자신의 행동에 명분이 있음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50%가 넘는 지분으로 롯데그룹 지배 정점에 있는 광윤사에 대한 영향력을 잃을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한일 양국에서 진행 중인 다른 법정 소송에서 패소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롯데그룹은 임시주총 2연승으로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됐다고 보고 있다.?롯데그룹은 “신동주 전 부회장 측 일련의 행위들은 창업정신을 훼손하고, 롯데 임직원과 국민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면서 더 이상의 분란 조성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롯데가 형제들의 장기간 다툼으로 세간은 피로를 호소하면서도 분쟁의 완전 종식이 걸린 성년후견인 판결에 마지막으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