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부종일 금융경제부장] 제주에 역대급 폭설로 제주공항 체류객 9만명의 발을 꽁꽁 얼려버렸습니다.

다행히 지난 25일 오후부터 항공편 운항이 재개되면서 체류객들은 안도의 숨을 쉬고 있지만 26일 현재 여전히 제주공항 내에서는 대기표 구하기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4일째 야간연장근무를 하고 있다”며 “대기표를 구하려는 승객들을 달래기 위해 쉼 없이 말을 하다 보니 목이 쉬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항공사들은 대기표를 선착순으로 배정해왔습니다. 체류객들은 한 사람이라도 앞서 대기표를 받기 위해 쪽잠을 자며 ‘밤샘 공항대기’를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대기표를 받기 위해 밤샘 대기하며 초조해하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여유만만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대기표 청탁을 한 사람들입니다.

공항에는 경찰, 국정원, 기무사 등 권력기관과 공항공사, 세관 등 기관들이 아주 많이 나와 있습니다. 이들은 나름의 존재 목적을 가지고 공항에 상주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이들 기관에서는 대기표 청탁을 받곤 합니다. 이들은 대기표 순번을 앞당기기 위해 항공사에 압력을 행사합니다. 내부자 전언에 따르면 자신들 VIP의 표를 만들어 내는 업무에 골치가 아프다는 말을 합니다.

이러한 대기표 권력자들은 자신의 권리인양 권력을 누리지만 대기표 서민들은 새치기로 자신의 권리가 침해됐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합니다.

만약 대기표 그 자체만으로 승복할 수 있고 어떠한 불편부당이 없다면, 그래서 자신보다 늦게 온 사람이 먼저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믿게 된다면 굳이 항공사 직원들을 붙잡고 입씨름을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물론 이번 제주공항 사태처럼 항공기가 전편 결항됐을 시 승객들에게 공항에 나오지 말라고 대기표를 부여한다면 더없는 금상첨화가 됐을 겁니다.

대기표를 받기 위해 소모되는 정신적·육체적·경제적 비용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