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부종일 기자] ‘혁신적인 DNA를 가진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금융 계열사 현대라이프’. 현대라이프생명이 강조하는 캐치프레이즈다.

이런 현대라이프생명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눈 밖에 난 모양이다.

지난 2011년 녹십자생명을 인수 후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 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총 16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현대차그룹은 유상증자와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모두 3600억원 가량의 ‘실탄’을 제공했다.

그러던 중 대만계 보험사인 푸본생명으로부터 2200억원의 투자를 받기로 했다.

왜 갑자기 현대차그룹은 푸본생명의 돈을 받았을까. 가뜩이나 다섯 차례의 후순위채를 발행해가며 현대라이프를 확실히 안고 가려했던 현대차그룹이다.

후순위채는 유상증자와 달리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반면 시중금리보다 높은 이자 부담을 안고 가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만큼 현대차그룹이 현대라이프생명 지분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푸본생명이 48%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실질적인 대주주가 된 것은 아니다. 지난 2일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승인을 받았지만 현대커머셜, 현대모비스 등 우호지분인 계열사 지분을 합칠 경우 여전히 실제적인 주주는 현대차그룹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대차그룹이 과거와 달리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 후순위채를 발행했다가 이제 와서 외부 투자자에게 지분을 내어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양사가 신뢰관계가 명확치 않은 상태에서 푸본생명은 중국내 진출한 현대차그룹의 네트워크와 고객을 활용하기 위한 이해 관계, 현대차그룹은 ‘적자 덩어리’ 현대라이프생명에 대한 고민 해소가 맞아 떨어진 딜로 보기도 한다.

실제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이 발표한 ‘2015년 '좋은 생명보험사' 순위’에 따르면 전체 23개 생명보험사 중 현대라이프생명은 꼴지를 면치 못했다. 가중부실자산비율은 0.82%로 지난해에 이어 최하위를 기록했고, 당기순이익도 -871억원으로 보험사 중 가장 적자를 많이 냈다.

현대라이프 관계자는 “푸본생명에서 먼저 투자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모기업인 현대차에서 투자 철회의 의사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이번 푸본생명의 투자를 사실상의 유상증자로 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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