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전국 곳곳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6일 오후 4시께 찾은 경기 고양의 한 대형마트는 바깥 풍경과는 전혀 다른 별세계였습니다. 찜통더위 대피소라도 되는 듯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입구에서부터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한 음식점 앞에 늘어선 줄과 쇼핑카트를 끌고 매장 입구로 진입하려는 방문객 간에 일대 혼전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대박 조짐이 보이는 이곳은 바로 지난 6월 18일 오픈한 이마트타운입니다. 신세계그룹의 20년 유통 노하우가 총 집약됐다는 이마트타운은 이른바 ‘정용진 부회장의 놀이터’라 불리고 있습니다.


이마트타운은 일산 킨텍스 근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최근 유통공룡들의 격전지가 된 일산지역은 현대백화점, 롯데빅마켓, 홈플러스 등도 이미 들어와 있다. 이들 3개 업체가 한 곳에 모여 있는 반면 이마트타운은 조금 동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지하철 3호선 대화역에서 도보로는 약 25분, 버스로는 약 10분 정도 소요됩니다. 걸어가기에는 조금 애매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버스로 환승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이마트타운 접근 약 1km 전부터 차들이 도로에 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마트로 향하는 차량과 주변 공사 현장까지 겹쳐 도로 폭이 줄어든 탓에 대부분의 차들은 1~2차선을 유지하며 거북이 운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가까이에서 본 이마트타운의 규모는 어마어마했습니다. 총 연면적이 축구장 13개 크기인 10만㎡(3만평)에 달한다고 하는데 시야에 마트 외관이 모두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봤습니다. 피코크키친과 이마트가 위치한 1층은 그야말로 ‘사람 반 쇼핑카트 반’이었습니다. 카트와 사람으로 인한 혼잡을 줄이고자 한 쪽에 물품보관함과 함께 카트보관함도 운영 하고 있었습니다. 카트보관함은 대형마트에서 처음 보는 풍경이었습니다. 직원들의 관리 하에 사람들은 계산 완료한 물건이 담긴 카트를 이곳에 맡겨두고 피코크키친에서 음식을 먹고 있었습니다. 이마저도 자리가 모자라 직원들은 방문객들에게 상황을 설명해주느라 연신 바빠보였습니다.


이마트 매장은 상대적으로 한산했습니다. 주류매장이 조금 붐빈다는 점만 제외하고는 여느 대형마트 매장과 비슷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의 친일 망언과 최근 불거진 롯데 사태로 인해 일본 제품을 기피하는 소비자들도 간혹 보였습니다. 한 소비자는 주류코너에서 “이제 나는 아사히, 기린같은 일본 맥주는 이제 안 먹을 것”이라며 일행과 한참을 고민하더니 칭따오맥주를 카트에 실었습니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봤습니다. 내려가는 무빙워크에서부터 벌써 사람이 가득찼습니다. 지하 1층에는 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정용진 부회장의 회심작 일렉트로마트가 위치해있습니다.


‘어른들의 감성 놀이터’라고 불리는 일렉트로마트에는 각종 피규어와 전자제품을 진열해놓고 키덜트(Kid+Adult)족과 IT에 민감한 젊은층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다른 곳에서는 지루해보였던 남성 방문객들의 표정이 이곳에서는 훨씬 밝아 보였습니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방문객은 “일렉트로마트를 구경하기 위해 일부러 왔다”면서 각종 드론(Drone) 제품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일렉트로마트 맞은 편에는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가 있습니다. 이곳이 1층보다 훨씬 더 붐비는 듯 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카트에 대용량의 물건들을 거리낌없이 담고 있었고 계산대에는 줄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불황이라는 단어가 통하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휴가철과 맞물려 휴가 때 여러 명이서 함께 이용할 물건들이 잘 팔리는 듯했습니다.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매출 동향에 따르면 두 곳을 함께 이용하는 고객 비중은 주중 37%, 주말 42%였습니다. 방문객들은 이마트에서 과자를, 트레이더스에서 냉동·냉장 상품, 대용식 등을 많이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케아를 의식해 만들었다는 종합생활용품매장 ‘더 라이프’는 2층에 있습니다. 이케아와 컨셉이 비슷해서 그런지 이곳에서는?방문객들이 물건을 고르면서 심심찮게 이케아와 비교하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 쇼핑객 무리는 장식용 소품을 두고서?“이 제품이 디자인이 더 이쁘긴 한데 가격면에서는 이케아가 나은 것 같다”라든지?“그래도 이케아보다는 질이 좋아 보이는데 그냥 살까?”라면서 토론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매장 내에는?일산이라는 주변 상권 특성상 가족단위 방문객이 압도적으로 많은 듯했습니다. 구경만 하려온 듯 보이는 일부 개인고객을 제외하고는 어른 2명에 아이 하나를 데리고 카트를 끌고 다니는 풍경이 제일 흔했습니다.


일산은 전형적인 베드타운입니다. 핵심상권(3km) 내 아파트 구성비가 77.2%로 고양시 평균 61.2%에 비해 높고 여성 쇼핑 고객 역시 이마트 전점 평균보다 최대 3.4% 많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마트타운이 지난 6월 18일 오픈한 이후 지난 달 26일까지 누적매출은 380억원, 방문객 수는 67만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마트 관계자는 “대다수의 장거리 거주 고객 유입은 SNS 등으로 입소문을 탄 것이 주효했다”며 “자체 출구 조사에 따르면?오픈 첫 날 고객 중 14%는 SNS를 보고 방문했고 이 비중은 오픈 2주 째 37%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입소문과 함께 일산이라는 지역의 특성 상 이마트타운에는 앞으로도 많은 방문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단순 대형마트가 아닌 ‘가족들의?놀이마트’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일단은 정용진 부회장이 띄운 승부수가 어느 정도 통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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