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아이고 없어요 사람이 없어. 메르스 때문에 손님들이 줄어든게 확 느껴지네요. 중국인보다 내국인이 더 많은 경우는 최근 들어 정말 처음 봅니다” -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 지하식품매장 직원 A씨


10일 늦은 오후 방문한 명동의 분위기는 확실히 어색했다. 평소 같았으면 ‘Duty Free’ 면세점 쇼핑백을 들고 롯데백화점 1층 정문 앞에서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고 있을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이 이날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는 중국인 관광객 집단도 거의 없다보니 평소 도로 위 주차돼 있던 관광버스도 실종됐다. 다만 간혹 들려오는 중국어의 주인은 단체가 아닌 개별로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들로 보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메르스 여파가 불어 닥친 어느 늦은 오후 명동의 풍경은 대략적으로 이랬다.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 지하 1층도 한산했다. 특히 기자가 방문한 시간대는 저녁 6시. 특히 식품매장은 저녁식사를 하려는 방문객들로 북적거려야 할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평소 같았으면 면세점 쇼핑을 마친 요우커들과 퇴근 후 한 끼 저녁을 해결하기 위한 내국인들이 한 데 섞여 북새통을 이루고도 남았다. 몇 십분을 기다려야 간신히 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푸드코트 좌석도 이날은 군데군데 비어있었다. 밀려든 방문객의 주문을 받느라 정신없어야 할 계산대 직원들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한가해 보였다.


식품매장의 한 직원은 “어제는 그나마 이 시간에 저녁 식사를 하려는 손님들로 좀 붐볐는데 어떻게 된 건지 오늘은 훨씬 줄어든 것 같다”면서 “메르스 사태 터지고 나서 방문객이 확 줄어든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내국인들과 다르게 거의 모든 중국인 관광객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면서 메르스를 의식 하는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실제 매장을 배회하는 방문객들 중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으로 보였다. 중국인으로 보이는 한 방문객은 계산대에 비치된 손 세정세를 사용하며 같이 온 친구에게 권하기도 했다.


기자는 그들에게 다가가 질문을 던져봤다. “한국에 언제 왔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손 세정세를 쓰던 중국인은 “나는 관광객이 아니라 한국에 공부하러 온 유학생”이라고 답했다.


또 “요즘 밖에 나갈 때 꼭 마스크를 착용하느냐”는 질문에는 “메르스 사태로 마스크를 써야 그나마 안전할 것 같기 때문”이라고 답하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식품 매장에 근무하는 한 중국인 직원은 “중국인들이 메르스 때문에 최근 한국 방문을 꺼린다”며 “주위 친구들도 원래 한국 여행을 오려고 했다가 일본으로 가버렸다”고 말했다.


한편 메르스 사태에 의연한 태도를 보이는 직원도 있었다. 한 직원은 “메르스가 걱정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확진 환자가 다녀간 병원만 방문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들었다”면서 “만약 그렇게 심각한 수준이라면 우리가 어떻게 여기 매장에서 일하겠냐”며 반문했다.


위층 면세점 매장의 경우 지하 1층보다는 중국인들이 많았다. 마스크를 쓴 요우커들이 볼일을 보자마자 황급히 매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평소보다는 확실히 한산했다. 특정 화장품 브랜드 매대 앞에 늘어서 있던 장사진도 이날은 보이지 않았다.


한 화장품 매대 직원은 “메르스 때문에 중국인들이 최근 다 일본으로 빠져나가 평소보다 방문객들이 20~3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며 “솔직히 나도 사람 많은 곳에서 일하기 때문에 불안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직원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마스크 쓰는 것을 자제하고 있지만 마스크라도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백화점을 나와 화장품 로드샵이 즐비해 있는 명동 거리도 가봤다. 날이 어두워지니 낮보다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거리가 붐비지는 않았다. 특히 화장품 매장 내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평소 명동 거리의 로드샵 매장은 브랜드를 막론하고 마스크팩 등을 찾는 요우커들도 넘쳐났었다.


화장품 로드샵 직원들은 이같은 상황이 지루한지 대부분이 매장 안에 있지 않았다. 이들은 매장 문 앞이나 거리에 서서 한 사람이라도 매장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호객 행위에 열중하고 있었다.


한 직원은 “메르스 사태 때문에 최근 매장을 방문하는 중국인들이 확실히 줄었다”면서 “그나마 우리 매장에는 지금 몇 명이라도 있지만 방문객이 단 한명도 없는 곳도 몇군데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가 이날 공개한 ‘메르스 관련 경제동향과 대응방안’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백화점 매출액은 지난달 첫째주와 둘째주 평균 대비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 매출액도 7.2% 줄어들었다. 지난주 카드승인액도 지난달 1~2주와 비교해 5.5% 감소했다.


또 메르스 발생 이후 중화권을 중심으로 지난 달 20일부터 지난 8일까지 모두 5만4000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방한을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중국이 2만여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만 1만1000명, 일본 3000명, 홍콩 1400여명 등이었다.


이에 백화점과 마트 등 유통업계는 메르스 때문에 연일 울상이다. 간신히 끌어올린 매출에 메르스가 찬물을 끼얹고 있는 상황이다.?메르스 사태가 연일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최대 관광지인 명동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넘쳐나던 중국인 관광객으로로 짭잘한 재미를 봤던 명동이 그들의 발길이 끊기자 맥을 못 추고 있다. 메르스는 명동에 덧씌워진 화려한 ‘요우커 화장’도 지워버렸다.


(사진=지난 10일 늦은 오후 평소보다 한산해보이는 명동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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