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 사태’를 겪으면서 우여곡절 끝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취임했다. 오너십 부재라는 KB호의 치명적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윤 회장은 조직 쇄신과 비전 제시로 안팎의 기대를 받고 있는 상태다. ‘채찍’을 들고 구조조정 및 평가체계를 뜯어고치는가 하면 현장을 중시하며 영업의 최전선에 있는 직원들에게 사기를 북돋으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프로그램 도입과 사장직 신설에 뜨뜻미지근한 행보를 보이면서 외부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윤 회장이 전임자들과 다를 바 없는 또하나의 CEO가 아니냐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지 금융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편집자주]

[데일리포스트=부종일 기자] KB금융에 여전히 외풍이 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 중심에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최고경영자(CEO) 경영승계 계획이 차기 이사진 몫으로 넘어간 것이다. 윤 회장은 CEO 경영승계 프로그램 도입에 대해 차기 회장부터 적용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사외이사들은 윤 회장이 관치, 즉 외부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또 사장직 신설이 늦어지는 것에도 정치외풍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윤종규 회장이 KB금융 회장직과 국민은행장직을 겸임하면서 업무 부담이 생기는 걸 감안하면 사장직은 하루라도 빨리 신설돼야 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정부 등에서 사장직에 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지낸 A씨를 윤 회장에게 추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주총회에서도 사장직 인선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사장직 인선 과정이 비공개로 이뤄질 경우 그 부담은 모두 윤 회장이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회장은 주총에서 “(사장직 신설은) 전혀 서두르지 않고 있다”며 “좋은 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모실 생각이다. 당분간은 별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장을 선임하면 이사회 동의를 거쳐 사내이사로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사내이사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CEO와 사내이사가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이 정치외풍으로?'KB호'를 제대로 경영하지 못할 경우 외풍을?이겨내지 못한 또 하나의 CEO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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