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 사태’를 겪으면서 우여곡절 끝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취임했다. 오너십 부재라는 KB호의 치명적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윤 회장은 조직 쇄신과 비전 제시로 안팎의 기대를 받고 있는 상태다. ‘채찍’을 들고 구조조정 및 평가체계를 뜯어고치는가 하면 현장을 중시하며 영업의 최전선에 있는 직원들에게 사기를 북돋으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프로그램 도입과 사장직 신설에 뜨뜻미지근한 행보를 보이면서 외부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윤 회장이 전임자들과 다를 바 없는 또하나의 CEO가 아니냐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지 금융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편집자주]

[데일리포스트=부종일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취임 후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채찍’을 꺼내 들었다.

현재 국민은행은 직원들이 고령화되면서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갖추게 돼 수익을 갉아먹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민은행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6년이며 이중 남자직원의 근속연수는 21년11개월이다.

이는 경쟁사인 신한은행의 근속연수 13년10개월보다 2년이 많고, 남작원의 경우 신한은행은 16년3개월에 비해 5년 가량 길다. 장기 근속자가 많다는 것은 평균 연봉도 높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장기근속자들이 많은 ‘항아리형’ 인력구조가 조직의 활력을 약화시키고, 신규 채용을 늘리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희망퇴직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과거 지점장 홀로 책임지던 지점 성적을 직원에도 적용해 책임의식을 강화하는 또다른 ‘채찍’도 들었다.

이는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직원평가 시 지점의 평가를 반영하고 책임자급으로 갈수록 반영 비중도를 높이는 방식을 택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반면 윤 회장은 ‘당근’도 제시했다. 영업점과 거리를 좁히고 실행 속도를 높이기 위해 부부장 또는 차장 직급의 실무 팀장들을 은행 경영과 관련된 핵심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사실 영업점에서는 툭하면 본점에서 문제를 일으키니 영업이 힘들다는 불만을 갖고 있었다.

윤 회장은 “현장 영업점을 지원하는 본점이 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팀장들이 더 적극적으로 회사를 끌고 나갈 수 있도록 회사 전략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영업점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영업점 팀장은 “최고경영자가 나를 알아주는 것만큼 뿌듯한 일은 없다”며 “직접 만나 허심탄회하게 업무얘기를 하다보니 회사의 주인으로서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윤 회장이 조직 쇄신을 위해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주변에서는 담임선생님형 리더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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