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들이 집권에 성공한 정권에 휘둘리고 있다. 과거처럼 드러내놓고 국책은행을 몰아세우지는 않지만 ‘동북아 금융허브’, ‘녹색금융’, ‘기술금융’ 등의 슬로건을 내세워 알아서 나서도록 독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선거공약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책은행은 제 나름의 역할과 존재이유가 있기 때문에 이들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하는 것이 국민의 세금을 헛되이 쓰지 않는 것이란 설명이다. 국책은행도 정책금융 탓에 리스크를 감수하며 모험에 뛰어들고 있어 표정관리를 못하는 모습이 역력한 상황이다. [편집자주]


[데일리포스트=부종일 기자] 정권의 입맛에 따라 국책은행이 움직이면, 결국 리스크에 대한 최후의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수출입은행의 사례를 보자. 이명박 정권 당시 수은법과 시행령을 바꿔가며 해외온실가스 감축사업, 해외광물자원 개발사업 등에 투자하도록 했다.


이렇게 조성된 탄소펀드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28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또 유가스전에 주로 투자하는 자원개발 1호 펀드(트로이카 펀드), 자원개발 2호 펀드(글로벌다이너스티 펀드)가 각각 159억원, 8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수은이 3개 펀드에 투자해 총 490억원 가량의 돈을 잃은 것이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수출입은행이 투자한 펀드가 모두 투자손실과 투자부진의 늪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것은 녹색금융·자원개발을 강조한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수출입은행이 무리하게 동원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 때 장안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모뉴엘 사태도 따지고 보면 수은의 작품이다. 수은이 ‘한국형 히든 챔피언’을 찾았다며 모뉴엘을 거론해 대다수 금융권에 막대한 손실을 떠안겼다. 히든 챔피언은 수은이 정책금융에 부응하면서, 즉 사실상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탄생한 결과물이다.


이에 따라 정치인들의 섣부른 선거공약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동북아 금융허브니 녹색금융이니 창조금융이니 또 최근의 기술금융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허상”이라며 “금융에는 도약이 없다. 근본을 튼튼히 해야 조금씩 발전하는 산업이 금융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다른 목적으로 이를 강제하려고 해도 감독당국이 꿈쩍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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