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한 팬들 경기후 메이웨더에 야유 보내


[데일리포스트=이위인 기자]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 매니 파퀴아오의 통합타이틀매치는 세기의 대결이 아닌 세계 복싱사에 길이 남을 세기의 졸전이었다. 말 그대로 소문난 잔치집에 먹을 것 없다라는 말이 실감나는 경기였다.


프로모터와 방송사들이 복싱팬의 지갑을 털기 위해 꾸며낸 사기극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라고 할 정도였다.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경기는 대진 성사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주최측은 세기의 대결이라고 선전했다. 그럴만도 했다.


메이웨더는 47전 전승 무패의 자칭 ‘가장 위대한 복서’이고 파퀴아오는 전대미문의 8체급 챔피언 벨트를 거머쥔 필리핀의 영웅이다.


엄청난 돈잔치가 벌어졌다. 두선수의 대전료는 2500억원. 메이웨더와 파퀴아오는 6대 4의 비율로 나눠갖기로 했다.


중계권을 가진 HBO와 쇼타임 방송사는 시청료 수입이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계체량 행사도 복싱사상 처음으로 유료로 진행됐다. 1만여명의 관람객이 몰렸고 1인당 입장료가 10달러였다.


그러나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격돌은 먹을 것도 볼 것도 없는 소문만 요란한 잔치로 끝났다. 두선수와 프로모터 및 방송사의 배만 잔뜩 불려주고 복싱 팬들은 허탈감을 곰씹어야 했다.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든 경기였다.


경기가 끝났을 때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얼굴과 몸놀림은 12라운드를 뛴 선수의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얼굴은 깨끗했고 체력도 남아돌았다. 두 선수는 3라운드 스파링을 한 정도의 모습이었다.


메이웨더는 경기내내 몸의 중심을 뒷발에 두고 방어적 자세였다. 파퀴아오는 특유의 저돌적 인파이터의 경기력을 보이지 않았다. 조금 파고들기는 했으나 적극적인 공격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렇게 라운드는 거듭됐다.


경기가 끝났을 때 힘이 남아도는게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과거 무하마드 알리와 일본의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끼와의 대결을 연상케 하는 경기였다.


경기가 끝나고 메이웨더가 링 로프에 올라 관중석을 향해 자신이 이겼다는 제스처를 보내자 관중들은 환호가 아닌 야유를 보냈다. 메이웨더의 판정승이 발표되자 관중들의 야유는 더욱 커졌다.


경기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으니 필리핀 관중들보다는 미국 관중이 훨씬 많았을게 틀림없다. 그런데도 메이웨더는 관중들의 야유를 받아야 했다.


반면 필리핀 국민들은 불공정한 판정이라며 파퀴아오를 두둔하는 분위기다.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경기후 성명을 내고 ”파키아오는 포인트가 아닌 명예를 위해 싸웠고 세계인의 마음을 얻었다”며 “그는 진정한 국민의 영웅”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이같은 두선수에 대한 반응의 차이는 메이웨더가 평소 자화자찬 호언과는 달리 실망스런 경기내용을 보인데다 복싱외의 인간적 면모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메이웨더는 늘 자신이 무하마드 알리나 슈가 레이 레너드보다 더 위대한 복서라고 떠들어왔다. 그러나 전성기의 알리나 레너드는 라이벌들과의 대전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레너드는 메이웨더와 마찬가지로 현란한 푸트웍의 아웃복서이지만 토머스 헌즈와 마빈 해글러와맞붙었을 때 메이웨더 같은 경기를 하지 않았다.


파퀴아오와의 경기내용을 본다면 메이웨더가 레너드보다 위대한 선수라고 떠벌인 것은 속된 말로 ‘턱도 없는’ 이야기다. 팬드의 야유가 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간적인 면에서도 메이웨더와 파퀴아오는 대조적이다. 메이웨더에게는 돈만 아는 선수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붙어있다.


반면 파퀴아오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마음을 쓰는 선수다. 파퀴아오는 평소 빈민촌에 의약품을 보내고 복싱지망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 자선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파퀴아오는 지난 2013년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을 강타했을 때 멕시코 선수와의 경기에서 받은 대전료 190억원 전액을 이재민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하기도 했다.


복싱으로 세계를 제패해 국가 이미지를 높인데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아름다운 마음까지 가지고 있으니 필리핀 국민의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것이다.


파퀴아오는 현재 필리핀의 국회의원이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까지 한다. 파퀴아오의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필리핀의 범죄율이 0%로 떨어지고 반군과 정부군의 교전도 일시 중단된다.


메이웨더는 경기에서 이기고 돈도 벌었지만 이미지는 다소 훼손됐다. 파퀴아오는 경기에 돈을 벌고 메이웨더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이미지는 잃지 않았지만 경기에는 졌다.


두선수는 복싱의 인기를 떨어뜨리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됐다.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대결에서 진짜 승자는 과연 누구인가? 프로모터 봅 애럼과 경기를 중계한 방송사들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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