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지난 달 30일 경기도 이천의 SK하이닉스 본사 신축공장 현장에서 질소 추정 가스 누출로 인해 근로자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이닉스 이천 공장 사고는 지난해 7월, 올해 3월에도 각각 한 차례씩 발생해 이번이 벌써 3번째다.


1년 새 3차례나 발생한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다쳤다. 같은 장소에서 연이어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소홀한 안전관리로 인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안전사고에 대한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도 안전불감증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하이닉스 이천 공장에서는 지난 3월 18일에도 가스가 누출돼 현장 작업자 13명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또 지난해 7월에도 D램 반도체 공정라인에서 이산화규소 가스가 누출돼 작업자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비단 하이닉스 공장뿐만이 아니다. 전국에 펴져 있는 산업단지에서 최근 1년 새 가스누출 등 안전사고가 빈번해지고 있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사고로 ‘안전불감증’이라는 단어는 어느새 우리에게 익숙해져 버렸다.


지난해 2월 경기 남양주 빙그레공장에서 탱크배관 폭발로 1명이 사망한 사건을 시작으로 3월에도 경기 수원 삼성전자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1명이 숨졌다.


5월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가스폭발사고로 5명이 부상을 입었고 7월에도 전남 여수해양조선소에서 암모니아가 누출돼 1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다쳤다.


안전사고는 연말까지 이어졌다. 12월에는 신고리 원전 3호기 건설공사 현장에서 가스가 누출돼 작업 중이던 근로자 3명이 숨지는 대형사고가 터지기도 했다.


이 사고는 밸브에서 가스가 샌다는 보고를 받고도 설비과장이 이를 묵살했고 결국 대형악재로 이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시공사와 협력업체는 평소 직원들에게 안전 관리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고 후에도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사고는 올해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올 초 여수산업단지 화학공장에서 유독가스인 ‘포스겐’이 누출돼 5명이 급히 병원으로 후송됐고 3월에는 산단 내 한 공장에서 탱크로리 폭발사고가 발생해 3명이 경상을 입었다.


특히 여수산단은 지난 2013년 대림산업 화학공장 폭발사고로 근로자 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은 그야말로 ‘대형 악재’를 터뜨린 곳이다. 사고가 이미 여러번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서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끊이지 않는 안전사고로 인해 여수산단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약고’의 오명을 입게 됐다.


이처럼 연이은 사고의 배경에는 안전관리에 대한 소홀함과 위험의 외주화가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비용을 절약한다는 명분으로 상대적으로 안전 교육이 소홀한 협력업체에 고도의 안전 관리가 요구되는 일을 맡기기 때문에 사고발생의 빈도가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그동안 발생한 산업재해를 분석해보면 피해자는 원청업체 직원보다 협력업체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며 “작업에 투입되는 인력 대다수가 협력업체 직원이다 보니 원청사가 관리 감독이나 안전교육을 허술하게 한 사례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불산 가스 등 고위험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산업현장의 경우, 최첨단 누출 방지 시스템을 도입함에도 불구하고 인명 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가스가 호흡기나 피부에 노출되면 사망 확률이 높기 때문에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 현장은 평소에는 문제없이 작업이 이뤄지더라도 한 번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장에 대한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대형참사는 매년 각종 언론의 톱기사로 장식된다. 마치 뿌리 뽑을 수 없는 고질병이 된 마냥 산업현장에서 안전불감증은 쳇바퀴처럼 돌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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