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부종일 기자]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정국 주도의 고삐를 잡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이 결국 ‘새줌마(새누리당 아줌마)’에게 완패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분명히 새정련에 기회였다. 이를 계기로 이완구 총리 사임,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사과까지 이끌어낼 때까지만 해도 승기를 잡는 듯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표심은 잘못에 바로 시인하는 새누리당을 진정성이 있다고 봤다. 새정련은 여기에 대응할 카드가 없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완구 전 총리를 그만두게 할 것이 아니라 유지시키면서 공격을 해야 했다. 박 대통령도 대국민 사과를 해버려 (새정련이) 할 말이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동영 전 의원과 천정배 전 의원을 끌어안는 데 실패했다. 이번 선거 패배의 주요 원인이다. 과거 1997년 대선에서 이인제 후보가 경선에 불복해 한나라당이 패한 적이 있다. 이 같은 적전분열이 이번 선거에서도 나타나 결국 새정련에 전패라는 아픔을 안겼다.
앞으로가 더 험난하다. 천정배 당선자는 “확실한 비전을 가진 세력을 만들어서 새 세력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내년 총선에서 경쟁을 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천정배발 정계개편을 하겠다는 것이다.
호남계 의원들은 풍전등화 처지에 빠졌다. 호남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고 호남정치 열망의 기류를 제대로 읽어야 하는데 당이 외면했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천정배발 정계개편이 이뤄질 경우 호남 기반 의원들이 쓴 잔을 들어야 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일각에서는 천정배 당선자가 DJ의 계보를 잇고 호남의 적자를 자임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새정련 대표는 거취 표명은 없는 “절체절명의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지도력 없는 대표 체제 하에서 당장 내년 총선의 공천권을 둘러싸고 친노와 비노, 호남계까지 더해져 새정련은 자중지란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