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PS넷, ATM기술 도둑질 중소기업에 74억원 피해 입혀
롯데가 '참으로 치사하고 비윤리적인 기업'이란 손가락질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됐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금융자동화기기를 운영하는 중소기업의 핵심기술을 몰래 훔친 롯데그룹 계열사가 경찰에 적발됐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ATM 공급 및 유지ㆍ보수 협력업체인 N사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빼내 활용한 혐의(부정경쟁방지및 영업비밀보호에관한 법률 위반)로 롯데PS넷 대표 김모(45)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대표는 개발팀장인 박모(48)씨에게 기술을 빼낼 것을 지시, 올 3월 자사에 파견된 N사 직원의 노트북에서 금융자동화기기 프로그램 소스를 USB를 이용해 몰래 빼낸 혐의다. 롯데PS넷이 빼낸 프로그램은 새로 출시된 카드를 ATM이 인식해 현금을 입출금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롯데PS넷은 롯데마트 세븐일레븐(편의점) 롯데백화점 등 롯데그룹 계열사에 ATM을 설치해 입ㆍ출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자금융 부가서비스 사업자로, 2008년 12월 N사에 ATM 5,000대의 운영과 유지ㆍ관리 업무를 맡겨왔다.
N사가 올 6월 '프로그램 소스를 공개하라'는 롯데 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어 재계약을 포기하자 김 대표는 프로그래머를 시켜 N사 기술을 변형한 유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10차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관계자는 "김 대표가 연간 25억~30억원 가량 소요되는 유지ㆍ보수 비용을 절감하려 기술을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며 "N사의 피해액은 74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 개발팀장인 박씨는 수 차례 만류했지만, 김 대표는 이를 무시하고 범행을 강요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 대표는 이 문제로 경찰이 수사를 본격화하자 지난달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가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해 중소기업의 기술을 침탈한 행위"라며 "동반성장을 저해하는 대기업의 행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