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에게도 소득세를 매기겠다던 정부의 입법이 17일 재차 미뤄지면서 그 배경과 향방에 의문이 일고있다. 기획재정부는 원칙은 확정됐다고 강조했으나 사실상 2014년도 세법개정안으로 미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백운찬 재정부 세제실장은 이날 성직자 과세조항을 소득세법시행령에서 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소규모 종교시설은 납세 인프라 준비가 필요하고 과세 방식과 시기 등에 대해 조금 더 협의를 거쳐 공감대를 이뤄야 할 사항이 남아 있어 이번 시행령 개정안 발표에는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회계제도 등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규모 종교단체의 경우 성직자에 대한 급여와 경비 지원 등이 법적 회계기준에 맞게 장부로 기재돼 있는 경우가 드물다. 따라서 종교계가 기술적으로 납세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성직자의 소득으로 볼 것이냐, 봉사의 대가로 볼 것이냐도 법리상의 딜레마도 남아 있다. 전자라면 근로소득으로 후자라면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세 부담이 달라진다.



재정부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 내용을 확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재정부가 '확정하겠다'가 아니라 '확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애매한 표현을 쓴 것을 놓고 청와대나 정치권의 외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해 백 실장은 오히려 입법 유보의 필요성을 청와대 등에 보고한 것은 재정부이지 절대 청와대 논의 등의 와중에 변경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시기를 적시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 일러야 4월 임시국회 무렵, 늦으면 9월의 2014년 세법개정안 발표시기 즈음으로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차기 박근혜 정부에서 세율인상 없는 복지재정확대를 강조한 만큼 세원확대라는 차원에서 성직자 과세원칙이 무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정부 안팎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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