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하향한 수가 최근 5년 간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조선·해운·건설업종 등급의 하향 추세가 여전하고 철강·화학업계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4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총 45개 업체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37개를 기록했던 2013년에 비해 8곳이 증가했다. 등급하향 업체 수가 8곳에 불과했던 2010년에 비하면 최근 5년 새 6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도 지난해 각각 41개, 49개 기업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내렸다. 두 신평사 모두 지난해 최근 5년 동안 가장 많은 기업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조선, 해운, 건설사들은 여전히 등급하향 추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초 한기평 기준 ‘AA- 안정적'이었던 등급이 지난해 말에는 ‘A+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대우조선해양, 롯데건설, 일성건설, 한신공영, 한진중공업, 한진해운, 동부건설, 현대상선, 한화건설 등도 모두 신용도가 악화했다.



그룹으로는 동부와 두산, KT, 현대그룹의 신용등급 하락이 두드러졌다. KT그룹을 제외하고는 모두 건설, 조선, 해운 자회사의 재무상황이 악화하면서 그룹 전체의 신용도가 나빠졌다. 동국제강과 포스코, 동부제철 등 불황은 조선과 건설업의 후방 산업인 철강업계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올해에도 신용등급 하향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국제유가 하락으로 정유회사들의 신용등급도 안심할 수 없다.



최형욱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지난해에는 등급이 오른 업체보단 내린 업체가 많았고 등급 하향은 주로 조선, 해운, 건설, 철강업체들에 집중됐다”며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업체 수도 많아 올해에도 등급하향이 늘어나는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이 회사채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금융투자업계의 수익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신용등급이 내리면 그만큼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에 투자한 기관들의 평가이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심각할 정도는 아니지만, 일정 부분 수익성에는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신평사들은 지난해 ‘등급 인플레이션', ‘등급 쇼핑'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검사를 받았다. 신용등급에 대한 당국의 규제정책으로 인해 신용등급 하향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해석도 있지만, 일선 신평사들은 자체적인 판단에 따른 등급 하향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신평사 관계자는 “신용등급은 신평사 스스로 갖고 있는 평가 모형에 따라 판단한다”며 “당국이 감시를 강화한다고 해서 내리지 말아야 할 업체의 등급이 내려가는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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