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위권 내 업체인 STX조선과 성동조선의 통합이 성사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두 업체의 통합을 논의하기 위해 설 연휴 직후 회의를 갖기로 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설 연휴 직후 STX조선-성동조선의 경영 정상화를 논의할 첫 회동을 갖는다.



STX조선은 산업은행이 32.3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성동조선은 수출입은행이 32.71%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두 조선업체는 모두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STX조선은 2013년 4월, 성동조선은 2010년 3월에 각각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갔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조선업계의 장기 불황에 따라 인수합병(M&A)를 통한 조선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데 어느 정도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또 두 조선업체의 합병이 국내 조선사간 저가 경쟁을 막고 원가절감과 기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게 두 은행의 판단이다.



STX조선은 한때 조선업계 세계 4위(수주잔량 기준)까지 올랐다. 성동조선도 세계 10위 조선업체다. STX조선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고, 성동조선은 설비가 우수하다. 두 기업이 합병할 경우 적잖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통합 방안에 대해서는 두 조선사를 아예 합병하는 방식과 경쟁력을 갖춘 분야만 협업하는 방식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도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조선업계의 장기 불황에다 업체 간 저가 수주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조선 업계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데 정부와 업계 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이번 회동이 두 기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첫 회동인 만큼 합병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통합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며 "이번 회동을 통해 양 기관의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도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양 기관이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통합에 대해서는 의견을 교환하지 않았다"며 "STX조선과 성동조선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회동이기 때문에 통합을 논의할지도 아직 미지수"라고 했다.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의 구조조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두 기업의 합병에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회동도 산업은행이 먼저 제안해서 성사됐다. 성동조선은 오는 2017년부터 흑자전환이 예상되고, 수주 상황도 개선되고 있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성동조선 구조조정에 대해 "올해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아 내년에 본 궤도에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STX조선은 정상화까지 아직 갈길이 멀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채권단 내에서도 앞으로 STX조선에 추가 자금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STX조선의 주력 사업인 5만t급 선박의 수주 시장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고, 고급 인력이 상당수 빠져 나간 점도 수출입은행이 합병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다.



두 기업이 경영정상화 작업에도 불구, 여전히 자본잠식 상태하는 점도 합병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두 기업에 투입된 자금 규모도 다르다. STX조선해양에 투입된 채권단 자금은 약 3조원. 반면 성동조선은 1조9000억원의 자금이 지원됐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STX조선과 성동조선의 합병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성동조선은 이제 경영 정상화의 궤도에 진입하고 있지만, STX조선은 구조조정 시작 단계"라며 "그동안 STX조선과 성동조선, SPP조선 등 구조조정에 들어간 조선업체의 합병 논의가 계속 있었으나 모두 초기 단계에서 무산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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