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이 끝나지 않은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 최고경영자(CEO) 경영승계 문제가 차기 이사진의 몫으로 넘어갔고 신설하려던 지주사 사장직도 정치권 인사 낙하산 우려 속에 흐지부지됐다. 감사선임도 난항을 겪고 있다.





KB금융은 9일 오후 4시부터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이사회를 열고 지난달 27일 마무리하지 못한 '최고경영자(CEO) 경영승계 계획안'에 대해 재논의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경영승계안 도입을 보류하고 차기 이사진의 결정에 맡기기로 했다.



사실상 현재 이사회가 역할 한계를 자인한 것이다. 구성면에서 주주 대표성과 독립성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 차기 이사진에게 맡겨 CEO 승계의 명분을 더 크게 세우도록 양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KB금융 이사회는 "KB의 경영승계 계획에 대한 회사 내·외부의 깊은 관심과 다양한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CEO 경영승계 계획 수립에 새로이 구성되는 이사진의 의견 반영도 필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해 결의를 보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2015년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차기 이사진이 구성되면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이사회를 개최해 KB의 발전과 경영 안전성 확보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CEO 경영승계 계획안은 현직 회장의 임기 만료 수개월 전에 현직 회장의 연임 의사를 타진한 뒤, 연임 의사를 밝힐 경우 경영실적과 내, 외부 후보자군과의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이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경영승계안이 우수한 CEO 선임을 차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사회의 독립성이 무너지고 CEO 평가툴이 느슨할 경우 현직 CEO의 내부 권력화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또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연임 욕심을 내고있는 것 아니냐는 곱지않은 시선도 나왔다.



KB금융의 불편한 상황은 또 있다. 사장직 신설이 보류되고 공석인 감사 인선이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국민은행장을 겸임한 윤종규 회장은 업무 부담을 고려해 당초 지배구조개선안과 함께 지주회사 사장직을 부활하려 했다. 금융분야에서 전문적인 시각을 갖고 정무적 감각도 뛰어난 내·외부 인사를 물색했다.



그러나 정치권으로부터 '낙하산 인사'에 대한 압력이 들어오면서 계획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가지 예로 정치권으로부터 18대 국회의원 출신인 A씨를 뽑으라는 압력이 들어왔다. A씨는 특보단 후보로도 거론된 인물로 대표적인 친박계 전직 의원이다.



윤 회장이 A씨가 금융에 문외한이라는 이유로 영입을 거절하자, 정부는 전직 KB금융 출신인 B씨를 추천했다. B씨는 국민은행 부행장과 계열사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현재 모 대학 초빙교수로 일하고 있다. 윤 회장은 인사청탁을 모두 거절하고 적절한 인사가 나타날 때까지 사장직 신설을 미루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민은행의 감사 자리 역시 정병기 전 감사가 전산내홍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후 두 달째 공석이다. 업계에서는 앞서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각각 친박연대 대변인과 박근혜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온 것을 감안, 국민은행에도 낙하산 인사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있음에도 꾸준히 낙하산 인사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민은행 감사 자리에도 인사청탁이 들어오고 있을것"이라며 "정 전 감사가 당시 KB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것을 봤을때, 차기 감사 자리에 적절한 인물이 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KB사태'의 책임을 지고 오는 27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전원 사퇴한다.



KB금융은 그룹을 이끌어갈 차기 사외이사 후보로 최영휘 전 신한지주 사장, 최운열 서강대 교수, 박재하 아시아개발은행(ADB) 연구소 부소장, 김유니스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 이병남 LG인화원 원장, 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 등 7명을 최종확정했다.



전체적으로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다양성을 의미있게 갖추려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선이다. 모두 주주를 포함, 외부에서 추천한 인사군에서 선발됐다. 사외이사중 김유니스교수, 박재하 부소장, 이병남 원장은 주주가 추천한 인사들이다.



면면도 경영대 교수 일색을 배제하고 회계·재무 전문가, CEO출신, 현업종사자, 금융권 경력자 등 각계 전문가에 골고루 안배했다. 여성도 포함됐다. 특히 최영휘 전 신한지주 사장은 경쟁사 CEO 출신이라는 점에서 의외성을 안겨줬다. 이들 7인과 사내이사 윤종규 회장, 이홍 국민은행 부행장 등 2인이 전체 이사회를 구성하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주대표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듣는 차기 사외이사가 경영승계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당국 입장에서도 명분이 설 것"이라면서도 "민감한 문제였던 CEO 경영승계안을 차기 이사진으로 넘기면서 새 사외이사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새 사외이사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외풍의 역사'로 불리는 KB금융의 향후 행보가 달라질 것"이라며 "도입을 했을 때와 도입하지 않았을 때 모두 리스크가 있는 만큼 논의를 통해 절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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